‘갈라진 입술·실명’ 8세 베트남 소년 한국서 새 삶

‘갈라진 입술·실명’ 8세 베트남 소년 한국서 새 삶

입력 2013-04-11 00:00
수정 2013-04-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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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의사회 도움으로 수술…”이제 학교에 갈수 있어”

“힘없이 앉아있기만 하던 아이가 창문 밖의 자동차를 가리키며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정말 꿈만 같아요.”

베트남 떠이닌성에서 온 튀이란(32·여)씨는 11일 지난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각막이식을 받고 치료 중인 아들 보 반 응어(8)를 보며 눈물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응어는 구순열·시각장애·정신지체 등 복합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갈라진 입술 때문에 액체 외에는 먹지 못하는 응어는 또래보다 성장이 한참 늦어 8살인데도 엄마 품에 쏙 들어갈 만큼 작다.

왼쪽 눈은 선천성 망막발달 저하로 전혀 볼 수 없고 오른쪽 눈은 빛만 겨우 감지할 정도다.

영양공급을 위해선 구순열 수술이 시급했지만 아버지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면서 버는 7천원(한화)의 일당으로 생활하는 가정형편이 문제였다.

집이 따로 없어 응어의 형까지 네 식구가 남의 집 벽에 판자를 덧대 누울 자리만 겨우 마련한 채 사는 형편에 병원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던 작년 10월 한국의 열린의사회 의료봉사단을 만나면서 희망이 생겼다.

발육상태가 2∼3세 정도 일만큼 성장이 더딘 데다 구순열로 빨대로 물만 빠는 응어를 본 의료진은 현지에서 응급수술을 했고, 이후 한국으로 초청해 완전 실명 상태인 왼쪽 눈에 각막을 이식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열린의사회와 롯데홈쇼핑 등 협력기관의 후원으로 엄마와 함께 한국에 온 응어는 서울성모병원 주천기 안센터장의 집도로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다.

구순열 수술 성공으로 반년 만에 5세 정도로 보일 만큼 훌쩍 큰 응어는 이제 물체를 조금씩 식별할 수 있다.

지나가는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기분이 좋은지 혼자 손뼉을 치며 웃는 모습에 엄마 튀이란씨는 “응어에게 새 삶이 시작되는 거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주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튀이란씨는 “1년 전만 해도 학교에 보낸다는 건 꿈도 못 꿨는데 이제는 베트남으로 돌아가 응어를 학교에 보낼 생각에 들떠 있다”며 “응어가 건강하게 잘 클 수 있도록 잘 키우겠다”고 말했다.

열린의사회는 베트남 적십자사와 연계해 응어가 돌아간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한편 현지 의료봉사가 열릴 때마다 건강 상태를 계속 체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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