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숭례문에 보낸 금강송 20본, 거기에 있을까

광화문·숭례문에 보낸 금강송 20본, 거기에 있을까

입력 2014-01-03 00:00
수정 2014-01-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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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금강송 일부 빼돌렸는지 의심…수사 쉽지 않을듯

경찰이 신응수 대목장이 목조 건축을 책임진 광화문 복원과 숭례문 복구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공급한 ‘금강송’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려 나섬에 따라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일 신 대목장을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이날 그의 서울 자택과 그가 경영하는 강릉 목재상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서류상으로 그가 ‘관급 목재’를 실제로 두 공사에 썼는지가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관급 목재란 문화재청이 광화문과 숭례문의 대들보 등에 쓸 용도로 2009년 1월 삼척시 준경묘에서 채취한 지름 45㎝ 이상의 금강송 대경목(大梗木) 20본이다.

20본 중 10본은 광화문, 10본은 숭례문의 대들보와 창방, 추녀 등에 각각 사용됐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경찰은 이 20본의 소나무 중 일부를 신 대목장이 빼돌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과 숭례문에 준경묘 소나무만 쓰인 것이 아니고 여러 소나무가 섞여 있어서 수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광화문에는 중경묘에서 채취한 소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국산과 북미산 등 수입목이 같이 쓰였다. 숭례문에도 준경묘 소나무와 함께 다른 국산 소나무가 함께 들어갔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재계에서는 애초 ‘금강송’이라는 품종 자체의 명확한 규정도 딱히 없다는 말도 있다. 일각에서 말하는 금강송이 쓰였든, 그와 비슷한 국산 소나무가 쓰였든 뒤섞어 놓으면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공사가 이미 끝나 단청 작업도 된 상태인 소나무의 원산지를 확인하려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나무 중심부까지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 한다.

경찰은 실제로 소나무 유전자 검사를 하는 방안을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자칫하면 문화재 훼손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극히 조심스럽다.

우리나라에 문화재 전문가가 많지 않고 도편수 중에서도 신 대목장이 워낙 독보적인 존재인 것도 수사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사 총괄을 신 대목장이 도맡아 했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는 신 대목장만이 알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벌써 나온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계기는 숭례문에 수입 소나무가 쓰였을 것이라는 제보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재판에 워낙 음해나 투서가 많다는 점에서 제보의 신빙성도 다른 사건과 달리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신 대목장은 1995년 경복궁 흥례문 복원 공사 때도 국산 소나무를 빼돌리고 외국산을 썼다는 투서를 받아 감사원 조사까지 받았지만 거목을 국내에서만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문제없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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