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충남북 등 산란율 떨어지고 집단 폐사 신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한달여를 맞아 전남북과 충남북, 경기 등에서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당국은 가금류 사육 밀집 지역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만큼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으며 예방적 살처분을 통한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전남 최대 사육지 폐사·산란율 저하 등 AI 의심 신고
23일 오전 전남 영암 시종의 한 농장에서 육용오리 1만6천500마리 가운데 20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씨오리 5천400마리를 사육 중인 영광 홍농의 한 농장도 산란율이 떨어졌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전남도는 간이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지만 예방 차원에서 가축 이동제한 조치와 함께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영암 시종 지역은 전남도내 최대 가금류 사육 밀집지여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전날 반경 10㎞ 이내 지역인 영암 신북의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폐사 신고가 들어와 오리 4만3천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농장 반경 500m 이내(오염지역)의 오리농장 1곳, 1만2천마리도 살처분을 앞두고 있다.
영암 시종, 신북, 도포와 나주시 반남, 왕곡, 공산 등 반경 10km 이내 지역은 전국 오리 사육량의 45%가 몰려 있는 최대 주산지다.
예방적 차원에서 시행하는 ‘묻지 마 살처분’을 자제하고 있지만 고병원성이 확인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 논산, 익산 등 고병원성 AI 확진·살처분
23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보성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1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농장은 지난 15일 고병원성 AI로 판명난 육용오리 농장에서 600m 떨어진 곳이다. 당시 반경 500m 내 씨오리 농장의 오리를 포함해 3만7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 20일 접수된 충남 논산 종계농장의 의심신고는 고병원성 AI로 확진돼 해당 농장과 반경 500m 이내 농장에서 기르는 가금류 5만5천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북 익산과 경계지역인 논산 연무읍 마전리의 한 종계농장에서 폐사한 닭 150여 마리에서도 고병원성 AI 항원(H5N8형)이 검출됐다.
해당 농장의 축사 12개 동은 전북 익산(10개 동)과 논산에 걸쳐 있다.
충남도는 전북도와 함께 위험지역인 반경 500m 이내 1개 농가에서 기르는 1만5천 마리 등 5만5천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농장과 23∼24㎞ 떨어진 논산 연산면 화악리 천연기념물 265호인 ‘연산 오계’ 500여 마리를 사육 중인 지산농원도 비상이 걸렸다.
농원 측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산 오계는 최근 10년간 AI가 발생할 때마다 3차례 몸을 피했다가 다시 돌아온 이력이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용리 육용오리 농가에서도 산란율이 30% 가까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반경 500m 내 농가의 오리 3만2천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농장은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육용오리 사육 농가와 함께 지난 18일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진된 음성군 맹동면 봉현리 씨오리 농장에서 새끼 오리를 공급받은 곳이다.
전날 경기 안성시 보개면의 한 토종닭 사육 농장에서도 이틀간 370여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 주요 도로에 이동통제초소 운영…행사 축소
지방자치단체들은 AI 재확산 우려가 대두되자 방역에 적극 나서는 한편 각종 행사 규모를 줄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고속도로 IC와 주요 국도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해 공무원, 경찰, 군인, 주민 등을 동원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가금류 이동과 판매 관리를 강화하고 폐사한 가축이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방역할 방침이다.
지자체들은 오리와 닭고기 소비 촉진을 위해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시식회를 열고,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소득안정자금 등 피해 농가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신고를 지연하면 보상금이 깎이는 등 불이익이 있어 폐사체가 나오면 곧바로 신고하기 때문에 의심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통제와 소독을 강화하고 있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추정되는 철새류도 이미 대부분 북쪽으로 떠난 상태여서 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AI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유관순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세운동이 벌어졌던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매년 2월 28일 열리는 아우내 봉화제는 올해 대폭 축소돼 치러진다.
아우내 봉화제와 순국열사 추모제의 부대 행사인 의장대 시범, 군악대 연주, 독립운동가 탈만들기, 태극기 탁본뜨기 등이 모두 취소됐다.
유 열사 추모각 뒤편 매봉산 정상에 봉화가 타오르면 대형 태극기를 앞세운 참석자들이 횃불을 들고 아우내 장터까지 1.3㎞를 행진하는 ‘그날의 함성’에 참가하는 인원도 예년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