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깡’ 푼돈 빌려주고 보조금 439억 떼먹어

‘와이브로 깡’ 푼돈 빌려주고 보조금 439억 떼먹어

입력 2014-04-13 00:00
수정 2014-04-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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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3만4천982대 불법 유통으로 시장 붕괴이동통신사 과도한 영업경쟁도 한몫

속칭 ‘와이브로 깡’으로 불법 대부업자와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가 챙겨간 보조금이 4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와이브로 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와이브로(Wibro·휴대인터넷)에 가입시키고 푼돈을 빌려준 뒤 노트북 구입 대금과 개통 보조금을 가로채는 사기수법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정수 부장검사)는 2012년 6월부터 이동통신 대리점과 대출모집책, 무허가 대부업자, 개인정보 판매상이 결탁한 ‘와이브로 깡’ 사기조직을 집중 단속해 대리점 업주 김모(44)씨 등 17명을 구속기소하고 4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를 유치하려고 내놓은 ‘와이브로 결합상품’은 대리점이 가입자에게 와이브로 수신기와 노트북을 지급하면 한 달 뒤 이동통신사가 개통대리점에 노트북 대금과 개통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노트북 값이 한꺼번에 들어오는데다 가입자가 실제 와이브로를 사용하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모집책은 당장 소액대출이 급한 신용불량자 등을 ‘와이브로에 가입만 하면 통신사 보조금 일부를 지급하고 3개월 뒤에 명의를 바꿔준다’고 꼬드겼다. 대리점은 가입절차를 대신 밟아주고 이동통신사로부터 노트북 대금과 개통 보조금을 정산받았다.

대리점 업주들은 노트북 일련번호(시리얼넘버)를 전산에 허위로 적어넣거나 이미 판매된 노트북의 시리얼넘버를 이용했다. 와이브로 수신기와 함께 가입자에게 돌아가야 할 노트북은 시장에서 덤핑 판매됐다.

이렇게 불법 유통된 노트북은 3만4천982대에 달한다. 노트북 대금을 기준으로 이동통신사 두 곳이 각각 243억원, 196억원의 피해를 봤다. 노트북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나오는 바람에 시장이 무너졌고 노트북 판매업자들이 아예 이동통신 대리점을 차려 ‘전업’하기도 했다.

와이브로 개통에 적합한 소액대출자를 모으기 위한 ‘맞춤형’ 개인정보 판매업자도 끼어들었다. 정모(36·여·구속기소)씨는 3천870만건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대부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갖춘 소액대출 희망자를 추려 1건당 1만5천∼2만원에 팔아넘겼다.

와이브로 깡은 2009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서울의 한 전자상가 내 이동통신 대리점과 노트북 판매점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현재는 이동통신사의 영업전략 변화와 검찰 수사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들의 범행에는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판촉도 한몫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동통신사는 노트북 대금을 선지급하며 무이자 할부로 판매했고 가입자 1명당 2대씩 내주기도 했다. 와이브로 이용 실적이 전혀 없는 가입자가 속출하고 요금미납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비율이 70∼80%에 달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지만 인적사항과 노트북 일련번호만 확인한 채 가입실적을 늘리는 데 급급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떼인 보조금은 보험 등으로 대부분 보전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의 과도한 영업경쟁으로 와이브로 깡을 하는 데 좋은 여건이 됐다. 정상적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들은 위약금 변제와 신용등급 하락 등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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