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팽목항…카네이션 대신 노랑리본만 나부껴

어버이날 팽목항…카네이션 대신 노랑리본만 나부껴

입력 2014-05-08 00:00
수정 2014-05-08 14:5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어버이날’노랑리본’이 카네이션 빈자리 채워

어버이날인 8일 실종자 가족들이 힘겨운 기다림을 이어가는 진도 팽목항에는 ‘카네이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한 어머니가 노란 꽃길처럼 노란색 리본이 줄지어 걸린 팽목항 등대 길을 묵묵히 걸었다.

육지에서 사고해역 쪽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 노랑리본이 하늘로 올라갈 듯 펄럭이며 휘날렸다.

이 어머니는 바닷바람을 막아서며 바다를 잠시 바라보더니 울음을 왈칵 쏟아냈다.

’희망’의 상징 노랑리본은 이 어머니 품에서 더 이상 바람에 나부끼지 않고 차분히 안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제는 ‘희망’에서 ‘기다림’의 의미로 자리를 내준 노란 리본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아들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찾지 못한 한 부모는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아들에게 선물을 했다.

부모는 어버이 날로 갓 열일곱이 되는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화에 얼굴을 묻고 더이상 나오지 않을때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잃은 이 부모가 어버이날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호사였다.

이날 팽목항에서는 누구도 감히 실종자 가족에게 카네이션을 내밀지도, 자식들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지도 못했다.

’내리사랑’의 의미를 하루라도 깨달으라는 어버이날, 감사의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하고 갑자기 떠난 어린 자식은 ‘마지막으로 손 한 번이라도 잡아보자’는 부모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지 아직도 소식이 없다.

실종자 가족 식당에서는 4인 한 가족이 고요한 침묵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 사이 텅빈 한 자리,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아이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카네이션 꽃 하나 가슴에 달아줄 수 없는 아이가 생각났는지 몇 술 못 뜨고 식탁에서 일어났다.

이들을 도우면서 자식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는 50대 자원봉사자 여성은 이날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그동안 패용한 빛바랜 노랑리본을 떼고 새 것을 가슴에 달았다.

100여 년 전 한 소녀가 곁에 없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달았다는 ‘나는 아직도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란 꽃말의 흰 카네이션.

100여 년 후 진도 팽목항에 ‘내 아이를 사랑합니다’는 꽃말의 ‘노랑리본꽃’이 그 때 카네이션처럼 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