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대학 비방·모욕… 도 넘은 ‘대학 훌리건’

경쟁 대학 비방·모욕… 도 넘은 ‘대학 훌리건’

입력 2014-05-31 00:00
수정 2014-05-3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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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생, 한양대와 서열 비교 히로히토 일왕에 빗대기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대학 서열 논쟁을 일삼는 이들을 가리키는 ‘대학 훌리건’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엇나간 애교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경쟁 대학에 대한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글들을 쏟아낸 대학 훌리건을 급기야 상대 대학에서 검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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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생 A씨가 중앙대와 한양대를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과 패한 일본에 빗대 ‘중아더 장군과 한망히토’라고 표현하며 각 학교의 심벌 마크를 합성한 게시물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중앙대생 A씨가 중앙대와 한양대를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과 패한 일본에 빗대 ‘중아더 장군과 한망히토’라고 표현하며 각 학교의 심벌 마크를 합성한 게시물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한양대 관계자는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앙대생 A(25)씨를 최근 동부지검에 고소해 경찰이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한양대를 비방하고 모욕하는 내용을 담은 글 1000여건 이상을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올려 학교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학생들이 A씨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요구해 고소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A씨의 게시물은 모두 70여개다. ‘11대 명문 대학 서열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등 주로 한양대와 중앙대의 서열을 비교하는 글이 대다수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미국과 패한 일본을 빗대 ‘중아더(중앙대=맥아더) 장군과 한망히토(한양대=히로히토 일왕)’라고 표현하며 학교 심벌 마크를 합성한 게시물이 문제가 됐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즐겁게 풍자하거나 희화한 글이 대부분”이라며 “한양대 일부 학생들도 ‘두산 그룹이 중앙대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교의 명예를 방어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리는 과정에 지나친 표현이 일부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를 넘은 대학 훌리건에 대한 법적 대응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가 경희대의 본·분교 문제와 입시 순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방한 5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아주대와 이화여대도 학교와 관련해 악의적인 비난을 퍼부은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한 사례가 있다.

한국외국어대 홍보팀 관계자는 “입시철이 되면 대학 훌리건들이 경쟁 대학에 대한 비방 글을 많이 올린다. 대학 이미지가 훼손되고 입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홍보팀 관계자도 “최근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 이대생을 비하하는 글이 많아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훌리건들은 모교에 지나친 자긍심을 지닌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상대 대학을 비하하면 모교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생각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5-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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