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국 사회부 기자
결국 대표팀은 ‘월드컵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라는 해외 언론의 비판을 받으며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많은 축구 팬들이 허탈과 좌절을 넘어 분노하고 있습니다.
난데없이 ‘의리 축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서울고검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고현철 전 대법관에게 내린 처분을 보며 판사, 검사, 변호사들의 ‘끈끈한 의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고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시절인 2004년 LG전자 사내 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 상고심을 맡아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정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2009년 퇴임한 고 전 대법관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 소송에서 사측 대리인을 맡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고 전 대법관의 사건 수임은 부당하다며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첫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죄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론은 정씨의 불복으로 진행된 고검의 재수사에서 뒤집혔습니다. 고 전 대법관의 행위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검은 전직 대법관을 재판정에 세우지 않고 고작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막강한 전관의 지위를 인정받아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 법률과 법조인의 윤리를 저버린 전직 대법관, 그런 법조계 선배를 감싼 검사들을 보며 ‘법피아’(법조인+마피아)라는 신조어를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의리 축구’에 등을 돌린 국민 마음은 대표팀이 4년간 착실히 준비해 되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법피아의 의리’로 무너지고 있는 사법 신뢰는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psk@seoul.co.kr
2014-07-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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