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랑 찬 조현아…‘일단 덮자’식 대응이 화 키웠다

쇠고랑 찬 조현아…‘일단 덮자’식 대응이 화 키웠다

입력 2014-12-30 23:36
수정 2014-12-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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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질’에 오너 일가에 맹목적인 조직문화 겹쳐 사태 악화

‘슈퍼 갑(甲)’도 여론의 질타와 검찰의 수사 칼끝을 피해가진 못했다.

기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객 300여명이 탄 항공기를 활주로에서 ‘억지로’ 되돌리게 한 초유의 사태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40·여) 전 부사장이 30일 결국 구속됐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재벌가 딸로서는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도 떠안게 됐다.

검찰은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도 구속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데 그치지 않고 철창신세까지 지게 된 것은 시종일관 ‘일단 덮고 보자’식으로 수습에 나선 대한항공이 자초한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보여준 ‘갑(甲)질’은 물론, 이후 오너 일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대응 방식이 결과적으로 사건의 은폐·축소라는 조직적 범죄 행위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태의 발단은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박창진 사무장을 내쫓은 이후 여 상무에게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한 ‘문책 지시’를 내리면서 비롯됐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여 상무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이 KE086편에 탑승한다는 일정을 전달받고 원래 해당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던 사무장 대신 ‘에이스’로 여기던 박창진 사무장을 급하게 대체 투입했다.

여 상무도 이날 영장실질심사 후 취재진에게 “내가 6천명의 승무원을 담당하는 임원이고, 박 사무장 역시 내가 믿고 (조 전 부사장이 탑승한) 항공편에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믿고 투입한 사무장이 조 전 부사장을 분노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 상무는 KE086편 승무원들을 상대로 황급히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직원들에게 최초 보고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는 ‘문제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상무는 이어 다른 항공편을 통해 귀국한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을 상대로 회유하는가 하면, 추후 국토부 조사를 받던 박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그는 대한항공 입사 때부터 선후배로 가깝게 지낸 국토부 김모(54·구속) 조사관에게 연락해 조사 진행 상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

1987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국토부에 채용된 김 조사관은 30년 넘게 알고 지낸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상당부분 알려줬다.

여 상무는 후배를 통해 손쉽게 얻은 조사 내용을 문자로 간추려 조 전 부사장에게 보고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박 사무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 상무와 조 전 부사장이 수차례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국토부의 ‘봐주기 조사’ 논란이 일면서 불똥은 국토부와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으로까지 튀었다.

검찰은 김 조사관 외에도 일부 조사관이 여 상무와 통화를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수사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일단 이날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가 구속된 만큼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여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는대로 범죄 사실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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