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시달림에도 계속된 ‘군밤 아줌마’의 기부

깡패 시달림에도 계속된 ‘군밤 아줌마’의 기부

입력 2015-04-29 15:47
수정 2015-04-29 15:4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산의 한 여성 노점상이 동네 깡패에게 상습적으로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10년 넘게 정기적으로 기부해온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부산 서구의 한 종합병원 앞에서 노점상을 하는 A(52·여) 씨.

A 씨는 20년 넘게 한결같이 오전에는 군밤과 옥수수를, 오후에는 붕어빵을 판다.

주변에서 ‘군밤 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던 A 씨는 2013년 남편과 이혼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단골손님이던 이모(53) 씨가 돌연 A 씨에게 갖은 행패와 못된 짓을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이 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A 씨를 협박하면서 수시로 붕어빵 기계와 군밤 굽는 철판을 부쉈고, 10여 차례에 걸쳐 170만원을 빼앗아갔다.

이 씨의 악행은 계속됐다.

만취한 이 씨는 지난달 9일에는 노점상 천막 내에서 A 씨를 강제로 성추행하고 지난 20일에는 자신의 벌금을 대신 내주지 주지 않는다며 A 씨의 얼굴을 연탄집게로 수차례 찔러 중상을 입혔다.

얼굴에 피를 흘리는 A 씨를 본 이웃이 경찰에 신고해 2년여간 계속된 이 씨의 범행이 밝혀졌고, 갈취와 폭행 혐의로 이 씨는 결국 구속됐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뜻밖에 A 씨의 숨은 선행이 밝혀졌다.

A 씨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13년간 추석과 설 명절 때마다 20만원이 든 봉투를 주민센터에 꼬박꼬박 건넸다.

A 씨는 돈이 든 봉투를 내밀면서 “좋은 일에 써달라”고 말했을 뿐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주민센터 측은 무려 10년이 넘게 기부가 이어지자 수소문 끝에 그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2012년에 구청에 선행시민으로 추천, A 씨는 서구청장에게서 선행상을 받았다.

A 씨의 기부는 이 씨에게 상습적으로 시달림을 당하는 가운데서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계속됐다.

주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29일 “노점을 운영하는 A 씨가 형편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 만류하기도 했지만 한사코 ‘나보다 어려움 사람이 많다’며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궂은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