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원 전 사장 배임 혐의…자문사 메릴린치도 수색
검찰이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을 받는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지부진하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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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국석유공사 압수수색
검찰이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12일 오전 울산시 중구 우정동 한국석유공사 본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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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경남기업의 자원개발비리와 관련해 집행된 지난 3월 18일에 이어 두번째다.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최고경영자로 있던 2009년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 회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베스트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자원외교 당시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힌다.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하베스트를 4조6천억원에 인수하면서 당초 계획에 없던 정유 부문 계열사 NARL까지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NARL의 사업 가치나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평가 시세보다 3천133억원 이상 비싼 1조2천466억원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석유공사측 인수 자문사는 메릴린치였다.
인수 후 매년 1천억원씩 적자가 누적되자 석유공사는 작년 8월 NARL을 인수 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338억원에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감사원은 올 1월 강 전 사장이 NARL의 부실 사실을 잘 알면서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인수 작업을 밀어붙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자료를 토대로 NARL 인수 과정에서 경영상 가치판단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외압은 없었는지 등을 두루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릴린치가 NARL 인수 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석유공사에 대한 수사가 부실 인수를 주도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주무 부처인 지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인수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최종 인수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의 석유기업 숨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원유매장량 등을 부풀려 적정가보다 670억원 비싼 3천450억원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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