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유아 참극 부른 발달장애인… 누가 책임지나

2살 유아 참극 부른 발달장애인… 누가 책임지나

최훈진 기자
입력 2015-05-20 00:18
수정 2015-05-2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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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달군 ‘상윤이 살해 사건’ 무죄 논란… 檢 “항소”

#1. 이 새벽에 분통하고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발달장애인 사촌을 둬 평소 장애인에 대해 편견 없이 살아왔지만 이제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겠다. (리쏠·sora****)

#2. 활동보조인이 가장 큰 책임자 아닙니까.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을 1대1로 돌봐야 하는데 가해자 활동보조인은 당시 2명을 동시에 돌봤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복지관, 활동보조인, 활동보조인을 관리한 교회, 부산 사하구청의 합작품입니다. (strawberry·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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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오후 4시 6분 부산의 M사회복지관 3층 복도. 정상윤(2)군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복지관을 찾았다. 정군의 형(5)은 2년째 이 복지관에서 미술, 인지 치료수업을 받아 왔다. 이날 복지관에서 활동보조인 없이 혼자 있던 A(18·발달장애1급)군은 낯익은 정군의 손을 잡고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옥외 비상계단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이를 본 정군의 어머니는 곧바로 뒤따라가 A군을 붙잡고 “(위험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하지만 키 180㎝, 무게 100㎏의 거구인 A군을 힘으로 제압할 수는 없었다. 3층 옥외 비상계단 난간에 다다른 A군은 양손으로 정군을 들어 올린 뒤 9.2m 아래 바닥으로 던졌다. 이날 오후 9시 22분쯤 정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법원은 지난 18일 A군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심신 상실 상태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군에 대한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관련 법에 따른 판결이지만 상윤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아무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19일 정군의 어머니가 네이버 블로그 ‘상윤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에 올린 사건 정황 등 사연이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통해 퍼져 나갔다. 올 1월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란에 발의된 ‘발달장애인에게 살해된 2살 상윤이 이야기를 아십니까’ 청원에는 1만 9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출산,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왜 치료감호까지 기각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mong*****)는 등의 글이 빗발쳤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우리 애도 중증 발달장애를 앓고 있지만 무죄판결은 저조차도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A군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부모나 활동보조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일이 발달장애인 전체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연구실장은 “피해 어머니의 슬픔에 통감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에는 복잡한 사회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이라도 무조건 면책되는 것은 문제라고 보지만, 이번 일로 ‘장애인들을 가둬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활동보조인제도가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건 당시 A군의 활동보조인은 옆에 없었다. 유동철 동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체계에서 활동보조인들은 발달장애를 이해할 만큼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군·구 지정으로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기관에서는 역할 수행이 제대로 되는지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증 발달장애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절대 혼자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도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 활동보조인제도를 허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장애 유형의 45%가 발달장애인으로 가장 많지만, 정작 활동보조인들에게 발달장애의 특성에 대한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내 발달장애인은 2013년 기준 19만 6999명으로 대부분 소아 시기에 진단을 받지만, 치료기관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05-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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