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이규태의 ‘X프로젝트’…외국프로그램 무단 복제

방산비리 이규태의 ‘X프로젝트’…외국프로그램 무단 복제

입력 2015-05-27 14:10
수정 2015-05-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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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금장치 풀려다 실패하자 그대로 납품…이 회장 추가기소

‘X, 금요일, 우천 예상되어 진행 추진, 동해 투어 중 실시, 본사 인력 지원 요청’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은 2012년 4월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 부장 고모(50)씨에게서 이런 메일을 받았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를 외국업체 직원들 노트북에서 몰래 빼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일광공영은 여기에 ‘X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첩보영화를 연상시키는 작전을 폈다. EWTS의 채점장비(TOSS)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프로그램 작동이 중지되는 ‘타임락’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TOSS를 납품한 싱가포르 IT업체 스트라텍은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자 ‘타임락’을 걸었다. 소프트웨어를 국산화하겠다며 실제로는 외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장착하려던 사기 행각이 들통나기 직전이었다.

이 회장은 중도금을 주지 않고 타임락을 풀기 위해 ‘X프로젝트’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일광그룹 계열 초등학교 직원 2명이 투입됐다.

스트라텍 직원들은 한국에 파견 나와 강원 태백시의 모텔에 머물고 있었다. ‘X프로젝트’를 수립한 고씨는 “삼척으로 바다 구경을 가자”며 이들을 유인했다. 고씨가 이들에게 술을 사주며 접대하는 사이 초등학교 직원들은 숙소에 몰래 들어가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를 빼냈다.

이 회장은 무단 복제한 영상분석 소프트웨어와 소스코드로 TOSS 프로그램 제작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타임락을 푸는 데는 실패했다. 공군부대에 실제로 설치된 소프트웨어와 버전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광공영은 결국 같은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려 했으나 스트라텍이 400만달러(약 44억원)라는 거액을 부르자 포기했다. EWTS는 타임락이 걸린 채로 납품됐다.

이 회장 등은 장비 국산화를 명목으로 1천100억원대 EWTS 납품사기를 벌인 혐의로 올해 3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회장과 고씨 등을 저작권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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