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확진 6일 뒤 지침 하달…의심환자 출국 문의 받고도 대응 못해지금은 체계적 보고·채취·검사, 24시간 출동 시스템 구축
“처음엔 우왕좌왕했던 게 사실입니다.”경기도내 한 보건소 담당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로부터 처음 문의를 받았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전염병 방역 체계에 허점을 드러낸 일련의 ‘메르스 사태’가 지역 보건소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이 분명해지고 메르스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정부의 방침까지 발표되면서 지역 보건소들은 늦게나마 총력 대응태세에 나서고 있다.
이 보건소에서는 지난달 20일 처음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 22일이 돼서야 상부로부터 “의심환자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로 신고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후 26일이 돼서야 기존 메르스 대응지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2015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지침’을 하달받았다는 게 이 보건소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생소하기만 했던 전염병 메르스가 이렇게 확대되기 전까진 지역 보건소에서는 제대로 대응하는 법을 몰랐다고 보건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기존에도 전염병에 대한 지침은 있었지만 메르스 의심환자 발생 시 어디로, 어떻게 신고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았다”며 “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해지자 비로소 명확한 지침과 대응방법이 전파된 셈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도 “처음엔 보건소에서도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보니 보건소마다 대응하는 방법도 각기 달랐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방역 최일선에 있는 보건소가 메르스 위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도내 한 보건소에서는 중국 출장 중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K(44)씨로부터 출국 전 문의 전화를 받고도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는 등의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첫 환자인 A(68)씨와 ⓑ병원 같은 병실에 입원한 아버지 C(76)씨를 만나러 갔다가 A씨와 밀실접촉한 K씨는 26일 중국으로 출국하고 나서 2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출국 전 K씨는 지역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해당 보건소에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도록 안내한 뒤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해당 보건소 관계자는 “K씨로부터 전화 문의를 받은 것은 21일쯤인데, 의료기관 진료만 안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2015 대응지침이 내려오기 전인데다, 당시 메르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상태여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보건소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침상 보건소는 전염병 의심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안내해 진료를 받게 하고, 의사로부터 의심 소견을 신고받으면 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당시 전화 대응이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 보건소를 포함한 경기지역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의심 증상 문의가 오면 민원인 신원을 확보해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 뒤 직접 민원인을 방문해 검체를 채취, 도 보건환경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날 기준 확진 환자 접촉자 910명을 일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이 중 21명을 병원으로 옮겼고, 48명에 대해 검사를 의뢰하는 등 도내 전 시군 보건소에 24시간 출동시스템을 구축해 메르스 확산 방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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