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들 증언으로 본 사고 원인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버스 추락 사고가 과속과 졸음운전 등에 따른 것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2일 행정자치부와 지방행정연수원 등에 따르면 중국 현지 연수에 참가한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사고차량에 탄 연수생들에게 들어보니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했고 급커브 지점에서 다리로 진입하지 못하고 난간에 부딪혀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이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한 공무원은 “사고 버스가 강바닥에 뒤집힌 데다 납작하게 찌그러져 있어 손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중국 구조대는 사고가 나고 1시간쯤 뒤에야 도착했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도로가 좁고 울퉁불퉁했다”, “당시 버스가 과속으로 달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공개한 현장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버스는 다리 북단의 왼쪽 난간을 들이받으며 다리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화면에는 사고 발생 당시 다리를 건너던 목격자가 있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단둥에 거주하는 교민 정창수(40)씨는 “단둥(丹東)과 지안을 잇는 국도는 산간지대라 길이 꼬불꼬불하긴 하지만 사고장소가 고갯길은 아니다”고 전했다.
김성렬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책임 부분이 있어서 사고 원인 부분은 정확해야 한다”면서 “공식적인 조사 결과를 좀 더 기다려보고, 그에 따라 판단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 사고 원인 조사에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인 운전사도 사망해 사고 전후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신봉섭 선양 총영사는 “사고 원인은 중국 공안 측이 담당해서 뭐라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장례식장 전문 병원으로 시신을 모두 안치했고, 희생자별로 빈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상자가 입원한 장춘 지린대학부속병원에 있는 백윤정 영사는 “병원 측이 환자 접촉을 금지하고 있고, 치료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며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고가 난 곳은 지안에서 단둥으로 가는 국도에 있으며, 구마링(古馬嶺)을 넘어 강을 건너면 단둥시 경계를 지나게 된다. 고마령은 1925년 3월 16일 상해 임시정부 소속 육군주만참의부(陸軍駐滿參議府)가 간부회의 도중 일본군경 기습공격을 받아 격렬한 전투 끝에 주요 독립군 지휘관 29명이 전사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7-03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