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무원 잇단 중용에도 4급 이상 간부직 여성비율 6%대
최근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여성 공무원을 고위 간부직에 임명해 지자체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최근 부쩍 높아진 여성공무원 비율에 비해 지자체마다 간부 자리에 오른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에서는 지자체의 하위직 여성 공무원이 많아 조만간 여성 간부직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지난 2일 경수호 전 여성보육과장과 전경희 전 어르신청소년과장 등 2명을 각각 주민생활국장 및 의회사무국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서초구에서 여성공무원이 4급 국장으로 임명된 것은 1988년 개청 이후 처음이다.
1973년 문을 연 서울 관악구에서도 첫 여성국장이 나왔다. 구는 지난 1일자로 2명의 여성 과장을 국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관악구는 전체 6개의 국장급 간부 자리 가운데 절반인 3개를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게 됐다.
경남도에서는 지난해 7월 그동안 ‘남성들의 자리’로 여겨졌던 인사과장(4급)에 여성인 하복순 과장이 임명됐고, 최근에도 여성가족정책관(4급)에 우명희씨가 발탁됐다.
경기도는 올 1월 정기인사에서 인사과장(4급)에 우미리(55·여)씨를 임명했다. 인사과장은 승진이 보장되는 요직으로, 경기도에서 여성 공무원이 기용되기는 역시 처음이다.
제주도도 여성공무원 역량 강화를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주민생활지원국장에 각각 4급 여성 공무원을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공무원들의 잇따른 중용에도 지자체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을 고려하면 간부직 여성공무원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자체 여성공무원 비율은 32.4%로 10년 전인 2005년 말 당시 26.5%보다 5.9%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말 시·도청 소속 여성공무원 비율은 17.6%였으나 시·군·구청 여성 공무원은 36.9%, 읍·면·동 여성공무원은 45.0%에 달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4급 이상은 6.3%이다.
전남도의 5급 이상 공무원 420명 중 여성은 채 10%도 되지 않는 37명이고, 경남도청 4급 이상 간부공무원 58명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하다.
부산시청은 4급 이상 간부직의 여성 비율이 5.4%, 강원도청은 5급 이상 간부직의 여성 비율이 5.5%에 머무르고 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5급 이상 공무원 3천158명 가운데 여성은 11%인 347명으로 다른 지역보다 그나마 높았다.
인천시와 부산시, 충북도 등은 여성 간부공무원 비율이 최근 오히려 줄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여성 공무원에게 고위직 자리는 여전히 유리천장 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앞으로 여성 간부직 공무원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어 지자체에서도 조만간 여풍(女風)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점은 다행스런 대목이다.
예전에는 간부직에 임용할 만한 여성 공무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체장들이 여성공무원을 간부직에 임명하는데 소극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여성 공무원이 급격하게 늘어난데다 여성 친화적 행정, 능력위주의 승진 임용, 여성 지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의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하위 일반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6급이 27.1%, 7급이 41.0%, 8급이 47.0%, 9급이 54.5%에 달했다.
또 광주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실제 최근 몇년 사이 여성 간부직 공무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는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이 지난해 5.8%에서 올해 8.2%로, 강원도는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지난해 4.8%에서 올해 5.5%로, 울산시도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지난해 7.2%에서 7.7%로 상승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6급 이하에서는 여성 공무원 비율이 훨씬 더 높아 조만간 고위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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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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