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中피해자 보상 합의에 “한·중 목숨 값 다르나”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중국 측과 합의했다는 소식에 국내 피해자들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 발휘를 촉구했다.광주 지역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4일 성명을 내고 “외교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의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중국 측의 합의와 관련 “중국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금도 중요하지만, 미쓰비시가 조사비용 2억엔을 들여 행방불명된 징용자와 유족을 찾고 별도로 1억엔을 출자해 사죄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 것을 보면 진정한 의미의 사죄로 비춰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모임은 이어 “미쓰비시 측은 영국,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미군 피해자들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한국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다르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일제 전쟁범죄와 관련한 한국과 중국 피해자들이 국적에 따라 목숨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과 멸시라고 시민모임은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사죄하고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미쓰비시 측과 힘겨운 소송을 벌이는 강제노역 피해자들도 정부에 호소했다.
부산에서 소송 중인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박창환씨의 아들 재훈(69)씨는 “한국인 피해자들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며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일본 측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송에서는 피징용자 1인당 8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원고 측이 승소했지만 일본 측이 상고해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패소한 미쓰비시 측은 한국인 피해자에게 보상은커녕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박씨는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날 미쓰비시의 한국인 피해자 외면 논란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동원돼 노역을 제공했던 모든 희생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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