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자격으로 아버지 배임에 누나 책임 물어 소송
피죤 이윤재 회장의 100억원 대 횡령 사건에서 번진 이 회장 두 자녀 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남동생이 누나를 이겼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전현정 부장판사)는 17일 피죤 주주 대표인 남동생 이정준씨가 ‘누나 이주연 대표가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주연씨는 회사에 4억2천58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연씨가 별개 법인인 중국 법인 직원들을 마치 피죤에서 일하는 것처럼 직원명부에 올린 뒤 인건비를 지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 이윤재 회장이 구속된 이후 대표이사 지위에 오른 주연씨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인건비 대납을 계속 승인했을 수 있다”며 “스스로 이익을 취한 것은 없는 점을 고려해 책임은 7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윤재 회장은 2011년 회사 직원을 청부 폭행해 10개월을 복역했다. 그때부터 딸 주연씨가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챙겼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13년 회삿돈 113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그러자 피죤 주주였던 정준씨는 지난해 말 “아버지 배임·횡령의 책임 중 일부는 그 기간 회사를 경영한 누나에게 있다”며 주주를 대표해 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정에서 주연씨는 “동생이 피죤 주식을 13세 때 취득하는 등 실제 주주가 아니고 아버지 주식의 명의상 주주”라며 소송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준씨의 주식 취득 당시 이윤재 회장이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할 의사가 있었을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국적인 정준씨는 그동안 미국에 머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누나인 주연씨가 회사를 맡아왔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후계 구도에 변화가 일 거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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