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과 교수들 연쇄 집필거부… 뉴라이트 반쪽 교과서 되나

사학과 교수들 연쇄 집필거부… 뉴라이트 반쪽 교과서 되나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10-14 18:32
수정 2015-10-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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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이어 경희대 교수진 반대 성명

다음달 5일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면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학 전공 교수들을 중심으로 필진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주요 대학 사학 전공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명망 있는 학자들로 균형 잡힌 필진을 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결국 새 국정교과서의 필진이 국정화에 찬성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세대 사학과에 이어 경희대 사학과 교수들도 14일 전원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9명은 성명서에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의 퇴행”이라며 “(국정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감시와 통제의 시기로 간주되는 소위 유신시대로 돌아가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전날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은 “교수 전원은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오수창 교수는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와 관련해 교수들끼리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도 “한국사 교과서 제작에 서양사, 동양사 교수들도 한두 명씩은 들어간다”며 “우리 쪽도 연락이 오면 집필 거부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사학과 교수들 역시 16일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발표를 준비 중이다.

대학생들의 반대 움직임도 이어졌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다양성이 공존해야 마땅한 시대의 역사적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며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또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국정화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학계 및 대학가 전반의 반대 분위기 때문에 당초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공언대로 ‘노·장·청(노년·장년·청년)과 좌·우(진보·보수)를 아우르는 학자들’이 아닌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 학자 중심으로 필진이 꾸려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학계의 의견을 들어 보겠다며 만났던 7명의 교수들 가운데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손승철 강원대 교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등이 필진으로 거론되고 있다.

손 교수는 교학사 동아시아사 교과서의 대표 저자로 ‘임진왜란’을 “피해자의 적대감이 깃든 용어로 조선왕조실록에서 그렇게 기술한 게 굳어져 온 것”이라며 ‘임진전쟁’으로 표현해 논란이 됐다. 권 교수 역시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함께 ‘우편향’ 논란을 불러왔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신 명예교수 역시 교학사 교과서 사용을 지지했던 바른역사국민연합의 원로고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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