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상수도서 줄줄 새는 수돗물 한해 2천억원 어치
전국 162개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방상수도의 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다.지자체 재정여건이나 인구규모에 상관없이 행정구역별로 분할돼 운영되다 보니 효율성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이 열악한 소규모 지자체들은 수도관 관리에 소홀, 많은 돈을 들여 정수한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배달되기 전에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번 가을 가뭄에 고통을 겪는 충남 서북부 지역도 정수장을 거쳐 나간 물의 절반 정도가 새고 있다.
계속된 가뭄에 각계에서는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 수도사업이 안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가뭄을 계기로 우리나라 수도사업의 체질을 개선해 ‘새는 물부터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행정구역별로 분할된 지방상수도의 구조적 한계
우리나라는 162개 지자체(2013년 상수통계 기준)가 모두 지방상수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정여건, 인구규모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구역별로 분할됐다.
이 같은 지방상수도 구조는 정수장, 관로, 인력 등에 대한 중복, 과잉 투자를 야기하고 국가 차원의 비효율을 불러온다.
이 가운데 예산 규모가 작은 지자체일수록 시설개선 투자가 부족하고 비효율이 심각해진다.
전국 162개 지자체가 2013년 한해 공급한 물은 모두 61억5천9백만t이다. 이 가운데 6억5천6백만t의 물이 땅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천54억원에 달한다.
7개 특·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155개 지자체의 누수량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재정상황이 열악한 소규모 지자체들이 지방상수도관 관리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소규모 지방상수도 누수 물값 상승 요인
누수는 지자체 재정상황, 인구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정자립도가 60% 안팎인 특·광역시는 상수도 누수율은 10%에 불과했지만, 재정자립도가 20%인 112개 소규모 지자체의 누수율은 40%에 육박했다.
인구 20만명이 안 되는 소규모 지방상수도는 특·광역시보다 3배나 누수가 많았다.
t당 수돗물 생산원가는 특·광역시가 695원으로 가장 낮았고, 시(市)단위 지자체 1천76원, 군(郡)단위 지자체의 수돗물 생산가격은 특·광역시 보다 2배 이상 비싼 1천746원이다.
누수가 많은 소규모 지방상수도일수록 생산원가가 높았다.
재정이 열악해서 노후관 관리에 신경을 못 쓰고, 그러다 보니 새는 물은 많아지고, 물값은 올라가서 결국 주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소규모 지방상수도 통합·위탁 운영 필요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소규모 지방상수도 효율성을 높이고자 통합관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합관리시 인력감축으로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도 적지 않다.
규모가 작은 몇 개 지방상수도를 한 덩이로 통합하면 인력, 사업비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이는 통합관리 시범사례에서도 효과가 나타난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각각 강원도 태백과 경남 거제에서 지방상수도를 시범적으로 통합운영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2010년부터 경남 서부권(거제, 통영, 사천, 고성) 4개 지자체 지방상수도를 통합운영 중이다.
통합운영 결과 지난해까지 운영비 24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고, 인력 24명을 줄일 수 있었다.
여유가 생긴 공무원들을 다른 분야로 전환배치 하고, 시설투자에 집중해 누수율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통합운영 전 유수율(정수장을 거쳐 가정에 배달되는 비율, 누수율과 반대)이 46%에 불과했지만 통합 후 80%까지 올라 수돗물 생산원가 807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부경대 김창수 교수는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소규모 지방상수도를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효율성이 많이 좋아진다”며 “상수도 시설을 공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하고, 정수비용도 싸지는 등 효과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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