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살인 재심 결정’ 재일동포 무기수 20년 만에 석방

‘방화 살인 재심 결정’ 재일동포 무기수 20년 만에 석방

이석우 기자
입력 2015-10-26 22:44
수정 2015-10-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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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노린 동거녀 딸 살해 혐의 “자백 강요… 자유의 몸 감개무량”

동거녀의 딸을 방화 살해한 혐의로 동거녀와 함께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째 복역 중이던 재일동포 박용호(49)씨가 26일 법원의 재심 및 형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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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박용호씨 연합뉴스
재일동포 박용호씨
연합뉴스
박씨와 그의 동거녀였던 아오키 게이코(51)는 일본 오사카고법의 결정에 따라 이날 오이타 형무소와 와카야마 형무소에서 각각 석방됐다. 오사카고법은 “재심 인정 판단에 불합리한 점이 보이지 않아 재심에서 두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오사카고검의 이의 제기를 기각했다.

박씨는 오이타 형무소를 나오며 NHK에 “자유의 몸이 돼 감개무량하다. 20년 만의 일이라 먼 외국 땅에 선 듯 아직 현실감이 없다. 꿈처럼 경치가 빛나고 있다. 팽팽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오키도 “20년 만에 겨우, 당연한 세계에 돌아올 수 있었다. (사망한) 딸이 푸른 하늘 어디에선가 ‘엄마 잘됐어요’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명보험금 1500만엔(약 1억 4000만원)을 노리고 1995년 7월 22일 공모해 오사카 히가시스미요시에 있던 집 차고에 불을 질러 아오키의 딸 아오키 메구미(당시 11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2006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박씨가 수사 단계에서 “차고에 가솔린 약 7.3ℓ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자백한 것이 유죄 판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두 피고인은 2009년 “불을 지른 게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가 불이 난 것이고, 강압 수사로 자백을 강요당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방화 재연 실험 결과 박씨의 최초 자백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2012년 오사카지법과 고법은 “자연 발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잇달아 재심을 결정했다.

재심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박씨의 노모가 끈질기게 아들의 무죄를 호소해 왔고 이에 호응한 일본 시민들도 오랜 기간 지원 활동을 벌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10-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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