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돌봄강사 채용 비리’ 공립 유치원장 파면경기교육청 부패 예방 위해 ‘청렴편지’로 공개
2013년 경기도 한 공립 유치원 원장은 야간돌봄강사를 채용하려고 구인광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자 ‘묘안’을 짜냈다.원장이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A씨를 고용하고 4대 보험 처리를 포함한 각종 채용 서류는 원감의 딸을 채용한 것처럼 꾸몄다.
A씨가 이미 다른 직장을 다니고 있어 오후 5∼9시 근무해야 하는 야간돌봄강사에 채용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 ‘서류상 직원’인 원감 딸이 다른 직장에 취업하게 되자 새로운 ‘대타’가 필요해진 원장은 이번에는 자신의 가족을 끌어들였다.
서류는 자신의 딸을 채용한 것처럼 작성하고, 정년이 지나 자격이 안 되는 친언니에게 야간돌봄강사 일을 맡기고 급여를 지급했다.
올해 들어 계약기간이 끝나서도 친언니를 계속 고용하고 싶었던 원장은 이번에는 제3의 유령직원을 채용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작성하고는 친언니에게 일자리와 급여를 제공했다.
3년치 급여 약 2천만원은 서류상으로는 원감·원장의 딸, 제3의 유령직원에게 지급됐지만 실수령자는 채용자격이 없는 A씨와 원장의 친언니였다.
유치원 행정실장은 급여담당 직원에게서 이를 보고받았으나 “내가 다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원장의 지시에 따라 매달 급여를 지급했다.
이런 사실은 익명의 제보를 받은 경기도교육청의 감사로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최근 원장을 파면 처분하고 이를 눈감아준 원감과 행정실장에게 각각 감봉 징계를 내렸다.
도교육청은 직원들에게 배포되는 ‘청렴편지’(9호)에 이 사례를 제시하면서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공무원법 제57조와 지방공무원법 제49조에는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법원 판례와 공무원 행동강령 제4조에 따라 위법한 지시의 경우 복종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청렴편지’에서 두 가지 사례를 더 소개했다.
포도재배지 주변에 근무하던 한 교감은 최근 옛 동료 2명에게 포도 한 상자씩을 보냈다가 징계를 받을 뻔했다.
포도 구매가격이 상자당 2만원, 총 4만원이어서 공무원 행동강령 제15·16조(직무관련자에게서 3만원 초과 금품수수 금지)를 위반했으나 청탁 의도가 없었다는 정상이 참작돼 ‘구두주의’를 받고 징계를 모면한 것이다.
또 다른 교장은 교직원 연수 명목으로 학부모회장, 학교운영위원장, 학생회장 학부모에게서 100만원씩 300만원을 받아 회식비, 축의금 등으로 사용했다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 교장의 부조리를 신고한 공익제보자에게는 심의를 거쳐 수수액의 배인 6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도교육청은 자정 노력을 통한 청렴성 강화를 유도하고자 올해 3월부터 유형별 부패·비리 사례를 ‘청렴편지’로 만들어 내부 행정망으로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있다.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청렴편지를 받은 직원들이 ‘생생한 정보가 유익하다’거나 ‘쉽게 설명해줘 청렴 실천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답장을 보내오고 있다”며 “부패·비리 사례의 공유와 공감을 통해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