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운전 당시는 기준치보다 낮았을 수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처벌기준을 약간 웃돌았더라도 농도 상승기인 음주 후 30∼90분에 측정한 결과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2일 오후 11시30분께 무단횡단을 하던 행인 2명을 치는 사고를 냈다. 10분 전까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도로 가운데 화단 쪽에서 걸어오던 피해자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날 0시7분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58%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사고 1시간 전부터 50분 동안 소주 2∼3잔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면허정지 수치였지만 대인 사고를 내 기소된 김씨에게 법원은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 처벌기준인 0.05%보다 낮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분에서 90분 사이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심은 “처벌기준치를 근소하게 초과하는 수치만으로는 음주운전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단횡단하던 피해자들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고 김씨가 술에 취해 반응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도 “김씨가 음주를 시작했다고 진술한 10시30분께를 기준으로 해도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를 완전히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씨와 지인들의 통화·카드결제 내역까지 제시했지만 그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각을 정확히 입증하지는 못했다. 법원은 김씨가 혈중알코올농도 변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음주시간을 진술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고도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라고 판단해 차를 몰아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운전과 측정 시각 사이의 간격, 측정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운전자의 행동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지난해 혈중알코올농도가 0.158%로 측정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고 20분 후 자리를 옮기기 위해 차량을 이동하다가 적발됐다. 측정은 98분이 지난 시각 했다.
2심은 운전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을 가능성이 크고 정확한 수치를 추산할 방법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측정치가 면허취소 수치인 0.1%를 크게 상회했고 음주 시작을 기준으로 하면 1시간50분이 지나 상승기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적발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경찰관 진술 등을 고려하면 운전 당시 적어도 0.1%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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