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페북으로 회사 홍보하래요… 잃어버린 내 SNS 사생활”

“카톡·페북으로 회사 홍보하래요… 잃어버린 내 SNS 사생활”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5-06 22:48
수정 2016-05-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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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의 ‘프사’(프로필 사진)를 회사의 행사 홍보 포스터로 바꾸라는 거예요. 이제는 개인 카카오톡마저도 회사 것인가 봐요.”

대형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성모(33·여)씨는 “지난달 회의에서 본사 직원은 물론 입점 업체 직원까지 프로필 사진을 진행 중인 행사의 홍보 포스터로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강제는 아닌 것 같아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았더니 상사가 ‘사진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이냐’고 훈계하더라”고 말했다.

성씨는 “결국 직장의 모든 직원이 카카오톡 프사를 홍보 포스터로 바꿨는데 ‘독재국가에 사는 국민 같다’는 농담이 사내에 유행했다”면서 “회사를 위한 일이라도 직원의 사적인 부분까지 침범해 강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개인의 인터넷·모바일 메신저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회사 홍보에 사용되는 경우가 늘면서 사적 영역을 침해당했다며 고충을 호소하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다. 기업은 회사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거리 홍보에 나서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아예 SNS를 공개하지 않는 등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SNS 게시물 공유 지시도 비일비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인터넷을 쓰지 않는 부모의 명의를 빌려 페이스북 계정을 2개 더 만들었다. 매일 아침 회사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서다. 부모님 이름의 계정은 회사 홍보물, 회사 공식 계정 게시물로 도배돼 있다. 김씨는 “회사에서 강요하기 때문에 게시물 내용은 읽지 않고 무조건 ‘좋아요’ 버튼만 누른다”며 “사적인 내용이나 사진을 올리는 계정은 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손모(31·여)씨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을 묻는 직장 상사들에게 카카오톡을 제외하고 아예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팀별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공개했고 라인과 텔레그램은 개인적으로 쓰고 있다”며 “페이스북 이름은 아예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 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세컨 계정(본인 이외의 명의로 만드는 계정)을 만드는 법을 묻는 직장인들의 질문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임원들은 “젊은 직원들 애사심 부족” 반응

기업 임원들은 젊은 직원의 애사심이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15년차 직장인인 최모(43)씨는 “자신들은 길거리 홍보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잠시만 시간을 내면 되는 SNS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임원들이 있다”며 “하지만 회사와 개인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런 말을 전할 수 없어 중간에서 곤란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SNS 및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를 하는 등 사적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사적 영역을 중시하는 20, 30대 직원과 회사를 우선시하는 40, 50대 직원의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회사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5-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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