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조선족 사투리… 늘 외국인 취급받아요”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조선족 사투리… 늘 외국인 취급받아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5-30 22:08
수정 2016-05-31 01: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다문화 주민 40% 넘는 서울 대림동 표정

“조선족(중국 동포) 사투리 때문에 늘 외국인 취급을 받았죠. 손자만이라도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이미지 확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지난 26일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를 지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지난 26일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를 지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김모(78)씨는 “1994년부터 22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할머니 “손녀, 한국 아이에게 놀림당해”

이곳 대림2동은 주민 2만 4266명(3월 기준) 가운데 34.5%가 중국 동포다.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이다. 중국인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주민이 40.3%에 이른다. ‘작은 중국’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붉은색 한자 간판이 많은 걸 빼곤 다른 동네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 동네엔 모두가 아는 비밀 하나가 생겼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다문화가구는 모여들고, 원주민이라 할 한인 주민들은 떠난다는 사실이다.

학교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던 구모(72·여)씨는 “아이가 이전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자주 놀림을 당해 할 수 없이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며 “그래도 지금은 편안하게 학교에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로·금천 학교 10곳 학생수 18.9% 줄어

다문화가정 아이가 늘면서 한국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는 사례는 비단 이곳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이 있는 영등포·구로·금천구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10%를 넘는 학교 10곳을 조사했더니 2012년 5878명이던 학생 수는 지난해 4767명으로 18.9%(1111명) 줄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이모(32)씨는 “조선족 가정의 아이와 마찰은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 아이들이 많은 곳으로 전학을 보내고 싶다”며 “경제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동네를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의 한 음식점 주인은 “한국 아이들은 향신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이 골목으로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김모(40)씨는 “편견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조선족을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숨지었다. 손자·손녀만은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5-31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