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뇌전증 수술비 삭감으로 환자 피해”

뇌전증학회 “뇌전증 수술비 삭감으로 환자 피해”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6-17 15:50
수정 2016-06-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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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간질’로 불렸던 뇌전증 환자들이 정부의 수술비 삭감과 치료제 처방 제한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중증 뇌전증 환자 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는 갑작스럽게 뇌가 경련 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대처할 수 없다. 우울증과 불안감이 심각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낮아져 목숨을 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해 현재 약 17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약 1만명인 것으로 학회는 추산했다.

홍승봉(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은 “예전에 피아노 교사였던 뇌전증 환자가 집에서 발작을 일으키다 사고로 손가락이 모두 절단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환자가 결국 직업을 잃어 이혼도 했고 우울증이 심해졌지만, 이런 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뇌전증 환자는 보험 가입에도 제한을 받고 있었다. 학회가 106명의 뇌전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 25%만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뇌전증 발병 후에 가입한 환자는 15%에 불과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환자 86명이 생명보험 가입을 시도했지만, 단 1명만 가입이 됐다. 영국 뇌전증 환자의 53%가 생명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뇌전증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는 뇌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전극을 삽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홍 회장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3년부터 의료기관이 뇌전증 수술에 전극을 많이 삽입하면 진료비를 삭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뇌전증 수술센터가 20년 전과 비교해 10개에서 6개로 줄었고, 한 해 수술 환자가 5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홍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한 시술 당 평균 130개 전극을 삽입하는 반면, 미국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180개를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뇌전증은 정확한 발병 부위를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전극을 사용할수록 제대로 된 치료라는 이유로 삭감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전증 평균 수술비용은 3000만원, 약물치료는 4380만원(10년 기준) 정도 소요된다”며 “당연히 의사 입장에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지만, 정부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뇌전증 환자는 약물치료도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는 60일이 지나면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우울증 관련 약 처방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았다”며 “뇌전증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신경과, 신경외과같은 다른 진료과에서는 약 처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뇌전증학회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정부 지원(약제비 산정 특례 등) ▲다른 중증질환과 비슷한 수준의 수술비 지원 ▲뇌전증 수술센터·전문가 양성 등을 촉구했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 뇌전증 수술 성공률은 85%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는 애꿎은 환자와 보호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앞으로 3가지 대책을 통해 올바른 치료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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