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세대 갈등, 노년층 한국전쟁 트라우마 크게 작용”

“한국사회 세대 갈등, 노년층 한국전쟁 트라우마 크게 작용”

입력 2016-06-24 07:22
수정 2016-06-2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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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흔 건국대 교수팀, 한국전쟁 체험 238명 증언 분석

“‘빽 있어야 잘산다’ 등 체험 통해 새긴 신념…포용하고 의미 짚어야”

우리 사회 노년층과 청년층 간 세대 갈등은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노인 세대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건국대에 따르면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 신동흔 교수 연구팀은 2011∼2014년 한국전쟁 체험자 238명을 상대로 녹음한 230시간 분량의 한국전쟁 관련 구술을 분석한 결과를 올해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발표집에서 공개했다.

신 교수팀은 구술 분석 결과, 한국전쟁이 체험자들의 내면에 경험·기억의 수준을 넘어 ‘신념’이자 ‘시대정신’으로 깊숙이 새겨진 사실을 발견하고, 노년층의 집단적 세계관을 7가지 특징으로 나눴다.

노인 세대를 관통하는 대표적 신념은 ‘결국 힘없는 사람이 당하므로 생존하려면 힘을 가져야 하고, ’빽‘(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사례로 제시한 유모(87)씨 증언에 이런 신념이 잘 투영돼 있다.

“인자, 내가 영장이 나와, 영장이 나왔다고 하면은 오늘 회식을 해줘. 잔치를 햐. 그렇게 돈 있는 사람은 안 가고, 돈 없는 놈만 가는 거여, 잉. (연구원 : 아, 만만한 사람.) 잉, 만만한 사람만 가는 거여. 그때는 막 전장에 인자, 가면 죽으러 가는 거여. 인제 나는 뭐 촌놈이 뭐 돈도 없고 뭐, 어뜩해.”

연구팀은 많은 체험자로부터 ‘돈이 없어 피난을 못 가고 억울하게 전쟁을 겪었다’는 인식을 발견했다. 이는 부자에 대한 원망과 질타의 형태를 갖지만, 사실 힘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분석됐다.

다음은 서모(83)씨 증언이다.

“그때 말이 있어요. 죽을 때 하는 소리가 ‘빽하고 죽는다’ 이랬거든. 그때 빽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안 갔어. 지금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만 갔지. 그렇게 죽을 때는 빽하고 죽는다는. (연구원 : 한이 돼가지고.) 빽이 있었으면 안 죽을낀데 빽이 없어서 죽는다 이기라.”

신 교수는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빽’이라는 관념은 전쟁을 경험한 세대를 통해 사회에 새겨졌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노인 세대가 ‘빽이 있어야 한다’를 포함해 ‘전쟁을 겪어야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전쟁이란 총 쏘기가 아니라 먹고 살아감의 문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섭다’, ‘어려울 때 도우면 평생 힘이 된다’ 등 6가지 경험적 신념을 지녔다고 정리했다.

그 연장선에서 노년층의 마지막 신념은 ‘젊은 세대가 세상을 똑바로 보고 각성해야 한다’로 이어졌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아유, 젊은 사람들 지끔 몰라. 6·25라고 그러면 다시 나지 말아야 하고, 북한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지. 북한 도와주고 그래는 거 보면, 그래갖고 그쪽에는 그렇게 저거 해고 그러잖어. 전쟁 준비만 하고.”(박모(80·여)씨)

전쟁의 참상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가까운 사람을 인민군에게 잃은 전쟁 체험 세대에게 북한은 그저 적이다. 이들의 눈에는 북한에 전향적 시각을 갖는 청년층이나 정치인의 언행은 ‘이적행위’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신 교수팀은 이런 걱정과 불만이 심리적 트라우마로 각인되고, 젊은 세대에 대한 강고한 비판과 적대로 이어져 결국 세대 갈등으로 발현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신 교수팀은 “현재 노인 세대가 체험을 통해 몸에 새긴 이 무거운 신념은 우리 사회를 움직인 경험과 정신”이라며 “후세대가 고루하다며 밀치기에 앞서 포용적인 태도로 그 맥락과 의미를 짚어야 옳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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