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실종 초등생, 학교 안 가도 인사 잘하는 아이였다”

“대구 실종 초등생, 학교 안 가도 인사 잘하는 아이였다”

입력 2016-09-24 15:12
수정 2016-09-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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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보통 아이’로 기억…집 냉장고서 색종이 종이학 한가득 나와

“인사 잘하는 아이였다.”

지난 15일 어머니 조모(52)씨와 함께 대구 수성구 아파트에서 나간 뒤 생사를 알 수 없는 류정민(11·초등학교 4학년) 군을 주민과 학교 관계자는 “학교만 다니지 않은 보통 아이”로 기억했다.

이달 재취학해 네 차례만 등교한 류 군을 교감 선생님은 “교문에서 처음 인사했을 때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어린이였다”고 회상했다.

류 군은 지난 2일 처음 학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학교는 어색한 공간이었다. 첫날부터 류 군은 목이 아프다며 오전 수업 도중 조퇴했다.

5일에는 피부 발진이 심하다는 이유로 조퇴하겠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류 군 발부터 허벅지까지 빨갛게 올라온 반점을 확인하고 이를 허용했다.

이튿날엔 어머니 조씨와 함께 학교에 나왔다. 그는 “아이 피부 상태가 나빠 같이 병원에 갔다가 9일부터 등교시키겠다”고 했다.

약속대로 류 군은 9일 정상 등교했으나 교실 자리에는 앉지 않았다. 어머니가 명절 이후 19일부터 다시 학교에 나오도록 하겠다며 병 조퇴를 했기 때문이다.

류 군은 초등학교 입학 대신 집에서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는 2013년 3월 류 군을 누나처럼 홈스쿨링 교육으로 대체하겠다고 학교에 알렸다.

이 아파트 주민도 류 군이 학교는 다니지 않았으나, 별다른 문제는 없던 것으로 기억했다.

한 여성 주민은 “보통 애들처럼 엘리베이터가 빨리 올라오지 않으면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마주치면 꾸벅 인사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아파트 CCTV 화면에는 류군 모습이 찍혔다. 이어 류군은 어머니와 아파트 인근 한 네거리까지 이동한 것으로 CCTV 확인 결과 드러났다. 이를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집에서는 류 군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유서. 내가 죽거든 십자수, 색종이 접기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세요”라는 쪽지가 나왔다.

집안 소형 냉장고에서는 류 군이 접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학이 한가득 나왔다.

류 군의 어머니는 지난 20일 낙동강에서 숨진 채, 누나(26)는 21일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채 집 베란다 벽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8년 전 류군 부모가 이혼하기 직전까지 화목하게 지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류 군은 사랑받고 자란 늦둥이 아들로 보인다”며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왕래는 잘 없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경찰은 이혼 후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류 군을 데리고 택시로 낙동강 일대까지 간 것으로 추정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조씨 집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며 “공과금도 밀리지 않고 제때 냈으며, 신문도 꼬박꼬박 받아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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