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결의안’논란 수사 본궤도…주요 참석자 조사 불가피 전망

‘北인권결의안’논란 수사 본궤도…주요 참석자 조사 불가피 전망

입력 2017-04-30 10:16
수정 2017-04-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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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文캠프 자료 우선 확보…대통령기록물 열람은 ‘신중’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우리 정부가 기권하기로 한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관한 검찰 수사가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 된 이번 사건을 처리하려면 당시 청와대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핵심 회의 참석자들을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30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간 공방을 정리해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이에 가장 첨예한 대립 지점은 청와대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날짜, 기권 판단을 주도해 내린 인물이 누구인지, 정부가 의사 결정에 앞서 먼저 북한에 의견을 물었는지 3가지로 요약된다.

작년 10월 펴낸 회고록 ‘빙하가 움직인다’에서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 20일 정부가 기권표를 던지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2007년 11월 16일 관저에서 비공식적으로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기권 방침을 명확히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북한에 통지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남북관계 관리용이지 의사 결정을 위해 북한에 의견을 구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양측의 기억과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규 부장검사)는 우선 송 전 장관과 당시 대통령기록비서관으로 주요 회의에 배석한 문 후보 측 김경수 대변인 등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수첩, 회의 메모, 서신 등 관련 자료 입수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과 김 대변인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회의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한 메모,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등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이들이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 제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 당시 다른 참석자들을 상대로도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들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철저한 진상 규명 차원에서 강제수사에 나서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 공방에서 비롯된 민감한 사건인 점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활용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당시 회의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에도 역시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최장 30년까지 비밀로 지정되는 대통령기록물을 수사 목적으로 열람하려면 관할 고등법원장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또 당시 논의가 대부분 비공식 회의 형식으로 진행돼 참석자의 개인 메모 외에는 공식적으로 남은 회의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강제수사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이후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도 하게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성격상 각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조사 방식으로는 소환·방문·서면 조사 등 여러 방안이 유연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밖에 공안2부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문 후보가 13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상황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했다며 고발한 사건도 수사 중이어서 앞으로 검찰이 어떤 형식으로든 문 후보의 입장을 물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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