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지갑·두둑한 뱃살도 OK…4050, 이제 나를 위해 달린다

얇은 지갑·두둑한 뱃살도 OK…4050, 이제 나를 위해 달린다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7-05-03 23:44
수정 2017-05-0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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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제16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얼핏 마라톤 하면 튼튼한 두 다리와 ‘쇳덩이’ 체력을 떠올린다. 확실히 마라톤은 ‘젊음’과 잘 어울리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다.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중년 직장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오는 2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출발하는 제16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을 연령대별로 보면 이런 양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참가자 절반 이상이 중년 세대다. 가장 비중이 높은 연령대 역시 40대(31.45%)다. 30대는 22.9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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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해 딸에게 멋진 아빠될 것”

최모(44)씨는 “대회 준비를 위해 휴가를 사흘씩이나 쓰는데 완주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해 동료들에겐 알리지 않았다”며 “꼭 완주 메달을 받아서 딸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 “체중을 관리해야겠다 싶은데 주변에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어서 올해 초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티맥스소프트 신식(47) 부장은 “5년 전 우연히 달리기에 나가 2㎞도 못 가 지쳐 쓰러져 있는데, 나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은 분들이 멀쩡하게 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웃었다. 그는 1년에 네댓 차례씩, 10여회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라톤을 하는 직장 선배를 따라 동호회에서 기초지식을 얻었는데 요즘 ‘70년생 개띠 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어울려 대회를 찾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동갑내기들끼리 함께 땀을 흘리고 대회가 끝나면 뒤풀이로 막걸리도 한 잔씩 하다 보면 피로가 싹 가시죠.”
●사회적 메시지 전하며 뛰기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허필두(47)씨는 2003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 완주만 해도 42회나 되는 베테랑이다. 참여연대 마라톤 동호회에서 총무를 맡았다. 20여명 회원들이 다 같이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이나 ‘국정원 정치개입 반대’ 같은 조끼를 맞춰 입고 나란히 달린다. 지난달 뜻을 함께한 60명과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마라톤 대회를 열기도 했다.

마라톤은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전신 운동이다. 중년 직장인 사이에 마라톤이 인기를 누리는 까닭이다. 딱히 돈을 들이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 비만 예방과 체지방 감소, 고혈압이나 심장병 예방 등 장점을 들자면 끝이 없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꾸준하게 실천에 옮기라고 조언한다. 또 동호회 가입은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다.

허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완주했을 때 큰 성취감을 안는다”며 “두려움을 없애고 기록 욕심만 버리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05-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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