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까지 건물주가 관리자…현행법상 가족이 점검해도 합법
현 건물주는 외부업체에 의뢰“행인”이라던 첫 신고자는 직원, 카운터서 신고 뒤 건물 빠져나가
경찰, 건물주 등 구속영장 신청
유가족 앞에서 고개 숙인 소방청장
조종묵 소방청장이 25일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 스포츠센터 화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천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제천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상식적으로 건물주 가족의 소방안전점검은 외부 전문 업체보다 느슨할 가능성이 커 이 건물의 소방안전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행법상으론 건물주 본인이나 가족이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소방안전점검을 해도 문제가 없다. 즉, 본인이 본인을 감사하는 시스템이어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충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는 경매를 통해 지난 8월 현재 주인인 이모(53)씨로 소유자가 바뀌었는데, 그 이전까지는 당시 주인이었던 박모(58)씨의 아들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돼 건물을 관리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아들 명의의 안전점검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 필요, 비상조명등 교체 등 비교적 경미한 지적 사항만 있다. 필수 피난시설인 간이 완강기와 경보설비,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 대부분은 ‘이상 없음’으로 기록됐다. 제천소방서는 지적사항에 대해서만 보완 조치가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류광희 도 소방본부 대응과장은 “지적 사항만 확인하는 게 원칙”이라며 “건물주가 소방안전관리 자격증을 따 직접 관리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 소유자 이씨는 외부 전문업체에 소방안전점검을 의뢰했다. 지난달 말 점검 결과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소화기 불량, 화재 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소방안전불량 ‘종합선물세트’라는 진단을 내놔 대조를 이룬다. 다만 이번 화재는 이 보고서가 소방서에 제출되기 전에 발생했다. 따라서 만약 이전부터 소방안전점검을 외부업체가 했었다면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건물주 이씨와 건물관리인 김모(50)씨에 대해 보완 조사를 거친 뒤 26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현재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등 2가지다. 스포츠센터 9층 불법 증축과 관련해서는 전·현 건물주가 모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화재 사고의 첫 신고자가 이 건물 1층 사우나 카운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 A씨인 것도 확인했다. A씨는 화재 발생 당일 오후 3시 53분쯤 “건물 1층 주차장 차량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카운터 전화로 신고한 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당시 A씨는 119에 자신을 행인이라고 밝혔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층 사우나에도 불이 난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밖에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희생자들의 휴대전화 12개를 조사해 화재 발생 과정 등을 확인할 정보가 담겨 있는지도 알아볼 계획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7-12-2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