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유 모른 채 노동자 죽어 나간다”

“여전히 이유 모른 채 노동자 죽어 나간다”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7-02 22:32
수정 2018-07-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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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농성 1000일째

삼성 직업병 사망 동료·가족위해
60여명 모여 빗속에서 기자회견


故 황유미 부친 “딸 죽은지 11년 삼성 묵묵부답·정부 눈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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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문송면·원진 산재 사망 30주기 및 반올림 농성 1000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문송면·원진 산재 사망 30주기 및 반올림 농성 1000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또 하나의 가족이라더니…. 그 가족, 더이상 죽이지 마라.”

2007년 당시 22세에 불과했던 황유미씨의 사망을 계기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시민단체 ‘반올림’의 농성이 2일로 1000일을 맞았다. 반올림은 이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살 권리’를 외쳤다. 황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를 비롯해 노동자 60여명이 직업병으로 사망한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참석했다. 유미씨는 삼성 계열사의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다 2007년 3월 사망했다.

아버지는 “유미가 죽은 지 11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노동자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 나가고 있다”면서 “삼성은 피해자에게 일방적인 대책만 던져 놓고 묵묵부답이고, 정부는 삼성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삼성그룹 노동자들이 반올림에 제보한 ‘직업병’ 피해 건수는 32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18명이 사망했다.

반올림과 삼성 측은 이들에 대한 재해 인정을 놓고 11년간 싸움을 이어 왔다. 2014년 5월 삼성 측은 “합당한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제3자 조정위원회가 마련됐고 협의가 시작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삼성은 이듬해 9월 자체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피해 보상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지난해 말까지 127명에게 19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삼성은 이 대책을 내놓으며 “백혈병 이슈가 9년 만에 모두 해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삼성의 일방적인 보상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조정위원회를 무시하고 삼성 자체적으로 불투명하게 만든 보상안으로, 대상자 선정과 금액 산정 모두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20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멈추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07-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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