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국공립 수요조사 시급… 원장 일가 유치원 사유화 막아야

지역별 국공립 수요조사 시급… 원장 일가 유치원 사유화 막아야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8-10-25 23:10
수정 2018-10-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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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유치원 종합대책 통하려면

원장이 유치원 운영비로 성인용품과 명품 백을 구입한 사실이 실명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14일 만인 25일 당정이 종합대책을 내놨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처럼 일부에서는 유례없이 강력한 조치로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보다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은혜(오른쪽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유은혜(오른쪽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번 대책의 핵심인 국공립 유치원 확대는 학부모들이 가장 강력하게 원하는 것이다. 국정과제로 이미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현재 25.5%에서 40%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속도를 올려 이를 1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18.0%), 부산(15.8%) 등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높은 대도시는 평균 취원율이 25.5%를 밑돌고 있어 지역 편차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이날 정부는 당초 예정됐던 2019년 500학급 신설 목표를 1000학급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국공립 유치원이 지어질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얼마나 더 늘릴 것인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역 수요 조사를 빨리 실시해 국공립 확대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사립유치원별로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던 회계방식이 통일돼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회계 전담 직원이 있는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원장·원감이 회계업무를 겸하는 소규모 유치원에는 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공립 유치원 원장은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이 도입되면 전담 인력이 없어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곳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목표한 2020년 에듀파인 시스템 도입이 전체 유치원에 의무화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유치원 비리근절 3법’ 중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사립유치원의 기습적인 폐원이나 집단휴업 가능성을 막고자 ‘위기상황 지원시스템’도 구축된다. 단체 차원에서 집단 휴원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조사를 의뢰하고 개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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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원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신규 모집 중단이나 휴업·폐원으로 큰 혼란이 우려되는 경우 교육감이 ‘운영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학기 중에 폐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규정에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설립자나 원장이 “행정처분을 감수하겠다”고 나서면 피해는 고스란히 원아와 학부모가 떠안게 된다.

법인화 문턱을 낮추거나 신규 설립되는 사립유치원을 학교법인 형태로 설립하게 해 사립유치원의 법인화 추진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법인이 되면 운영비를 개인이 가져다 쓸 여지가 줄어든다. 하지만, 수익성을 목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재산을 출연하고 까다로운 감사를 받는 법인화에 자발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인화 전환 시 정부 지원을 늘리는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누구나 사립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는 규정을 고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5년간 설립을 제한하는 등 결격 사유를 신설한다. 중대한 위반 행위로 폐쇄명령을 받은 유치원이 있는 지역에는 1년 안에 사립유치원 재인가가 불가능하도록 해 비리 유치원의 ‘간판갈이’를 차단키로 했다. 그러나 설립자 한 명이 4~5곳의 유치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형 유치원에 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가족을 동원해 사립유치원을 사유화하고 기업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라 서울시의원 “특성화고 현장실습, 기습점검으로 학생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해야”

특성화고 학생들의 노동인권 교육과 현장실습 관리가 여전히 형식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과 동떨어진 교육, 준비된 교재의 부재, 방문 점검의 실효성 부족 등이 드러나면서 교육청이 실질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지난 14일 열린 제333회 정례회 제7차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전국 특성화고 노동조합에서 진행한 ‘특성화고 오픈 마이크’ 행사 관련 보도를 보니 “학생들이 충분한 노동인권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숙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12시간의 사이버 노동인권 교육을 의무화하고 현장실습 나가기 전에 또 3시간의 대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이버 교육 이수율이 90%라고 하지만 사이버 교육만으로는 실질적 이해가 어렵다”며 학생들이 이해와 습득이 됐는지 모니터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으며 대면교육 확대 검토를 주문했다. 현장실습 점검 방식의 실효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학교와 교육청은 방문 일정을 사전에 조율해 점검을 실시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방문 전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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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10-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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