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고난도 문항에 당혹…“이후 시험까지 망쳤어요”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8.11.1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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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6일 등교한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 3학년 교실에는 “시험이 어려웠다”는 학생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선생님이 가채점표를 나눠주며 “희망점수 말고 가채점 점수를 써야 한다”고 농담을 하자 잠시 까르르 웃다가도 이내 “진짜 망했다”, “어떡하지” 등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가채점표를 작성하던 전미영(18) 양은 “국어영역이 너무 어려워서 놀랐다”며 “지문 자체도 길고 복잡해 1교시부터 찍었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과학·철학이 융합된 우주론 지문 등 난이도가 높았던 국어영역을 두고 학생들은 “대박 어려웠다”, “간신히 시간 맞춰 풀었다”, “우주론은 보자마자 넘겼다”며 거듭 혀를 내둘렀다. ‘불국어’, ‘국어 쇼크’라는 푸념도 들렸다.
이 모(18)양은 “우주론 지문은 다 풀었는데 거기서 힘을 너무 뺐더니 시간 분배에 실패해 오히려 마지막 지문 문제를 다 찍어버렸다”며 “너무 속상해서 2교시 수학 영역까지 망쳤다”며 울먹였다.
종로구 경복고 3학년 강 모(18) 군 역시 “국어는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도 훨씬 어려웠다”며 “작문에서 시간을 초반에 많이 잡아먹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 영어영역 가채점 결과를 두고도 학생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무학여고 3학년 정다은(18) 양은 “영어는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는데 가채점을 해보니 2등급이다. 듣기도 생각보다 어려웠고 문장 순서를 맞추는 문제도 틀렸다”고 하소연했다.
경복고 3학년 이과생 박 모(18) 군은 “영어는 절대평가면 조금 더 실용적으로 내야 했는데 학생들을 계속 구분 지으려고 어렵게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모(18)군 역시 “영어가 까다로웠고 수학은 무난했다”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무학여고 교실 한쪽에서는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가채점표를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다. 급기야 울음을 터트린 학생에게 친구들이 달려가 “왜 울어, 울지마”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한편 쌍둥이 자매의 정기고사 시험문제 유출 사태로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숙명여고 고3 학생들도 전날 수능시험을 치렀다.
이날 숙명여고 고3 교실은 역시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았다.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오늘 뭐 할 거냐”, “드디어 끝났다”며 웃고 떠들었다.
대다수 학생은 문제유출 사건과 관련해 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3학년 이 모(18)양은 “크게 이번 사건에 관심이 없다”며 “가채점 결과는 모의고사와 비슷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무사히 수능을 치렀지만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흐르기도 했다.
3학년 송모(18)양은 “선생님들이 계속 (문제유출) 사건 신경 쓰지 말고 정시 준비하라고 했다”며 “수시 쓴 친구들은 혹시나 숙명여고 학생이라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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