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정년’ 공방…“60세 일할 나이” vs “연장할 정도 아냐”

‘육체노동 정년’ 공방…“60세 일할 나이” vs “연장할 정도 아냐”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1-29 17:07
수정 2018-11-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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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로 상향’ 여부 두고 대법 공개변론…찬반 대립

“60세는 은퇴해서 쉴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60세가 넘어 쉬고 있으면 생계유지가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동 가동연령을 65세로 늘리려면 기존의 경험칙을 바꿀 정도로 확연한 사실관계의 변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변동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상 60세였던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령을 65세로 상향할지를 두고 29일 연 공개변론에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대법원은 55세였던 노동 가동연령을 60세로 상향한 1989년 12월 판결을 29년 만에 상향 조정할지를 판단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대법관들의 첫 관심사는 우리 사회가 실제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 부족한 나라가 됐는지였다.

박상옥 대법관은 “출산율이 저하하고 고령자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데, 이런 인구구조 변화가 어느 정도나 지속된다고 예측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2060년 경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고령화가 노동력 부족을 반드시 수반하는 현상이냐”는 박 대법관의 질문엔 “전반적으로 노동력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령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는 노동력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노동 가동연령을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반면 이동원 대법관은 “노인 인구가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일자리의 증가나 건강상태의 향상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일자리에 내몰리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국민 건강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고 마지못해 일자리에 몰리는 상황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면서도 “결론적으로 건강이 개선되고 있고, 사회·환경적으로도 좋은 일자리가 계속 많아지고 있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평균여명(平均餘命·어떤 시기를 기점으로 그 후 생존할 수 있는 평균 연수)과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 직종별 근로조건 등 노동 가동연령과 관련된 실태 변화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대법원은 또 공개변론 외에도 의견 접수 형식으로 총 7개 전문가 단체로부터 받은 의견을 향후 심리에 참고할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노동 가동연령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판결이 나온 이후 30년이 경과한 지금 평균 수명이나 경제활동 참가 인구의 연령 분포 추이 등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60세보다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근로복지공단도 “손해배상청구 시 노령기 경제적 안정에 대한 대책으로 실질적인 소득상실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해 노동 가동연령을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손해보험협회는 “(65세 상향이 이뤄지면) 최소한 약 1.2%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등 손해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가 예상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가동연령을 상향한다면 가동일수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해 조정할 필요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공개변론 후 3개월 이내에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2월 이전에는 노동 가동연령 상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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