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탑 위 김재주 택시노조 전북지회장
‘굴뚝 농성’ 파인텍보다 69일 더 긴 기록하루 10만원 넘는 사납금 ‘현대판 노예제’
“분신 노동자도 저임금·장시간 노동 호소
사납금 존재하는 한 승차거부 안 사라져
택시 월급제,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
25m ‘하늘 감옥’서 홀로 농성
2일로 고공농성 486일째를 맞은 김재주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이 전주시청 광장 앞 조명탑에 설치된 고공 농성장에서 동료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김 지회장은 가로 1m 80㎝, 세로 70㎝ 넓이의 비닐 천막에서 위태롭게 생활하고 있다. 세찬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황이다.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인 김 지회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농성장 아래에서 끼니를 챙겨 주는 동료가 있어 버틴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택시기사들은 하루 10만원이 넘는 사납금을 채우려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도 월 150만원을 손에 쥐지 못한다”면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은 사납금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대판 노예제나 다름없는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액관리제는 법인 택시기사가 운송 수입 전부를 회사에 내면 회사가 일정 급여를 주는 제도다.
김 지회장이 2017년 9월 4일부터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25m 높이 조명탑을 먼발치에서 바라본 모습.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택시노조 전북지회 제공
농성 시작 후 지회는 “전액관리제를 원하는 기사만이라도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업장 21곳 가운데 7곳은 아직 협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김 지회장은 “지방자치단체의 묵인과 방관 탓에 불법 사납금제가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가 애초에 전액관리제를 적극 도입하고 위반업체를 제대로 처벌했다면 농성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납금제가 존재하는 한 승차거부, 난폭운전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택시 월급제는 승객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카카오 카풀’ 논란에 대해서 김 지회장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이 주축이 된 카풀 시행에는 반대하지만 카풀 자체가 택시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진 원인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분신한 택시 노동자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 근절을 호소했는데 카풀 반대 집회에서 이 구호는 들을 수 없었다”면서 “노동자들이 사측에 사납금제 폐지와 월급제 시행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01-03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