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실망할까봐” “좋은 재수학원 가려고” 가짜 수능성적표 사용법

“부모님 실망할까봐” “좋은 재수학원 가려고” 가짜 수능성적표 사용법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9-02-05 07:00
수정 2019-0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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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표 위조했다 입시업체 확인 과정서 발각

수능 성적표 위조는 공문서 위조 혐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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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5일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18.12.5.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5일 서울 서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2018.12.5.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서울의 한 고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A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받은 전과목 1등급 수능 성적표를 보고 뿌듯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아이에게 부담을 안 준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좋아 마음의 짐도 덜었다. 그런데 A군이 정시 지원을 한 대학에서 전부 고배를 마셨다. 결과를 믿을 수 없었던 A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받은 수능 성적표를 들고 입시 업체를 찾아가 상담을 받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 A군이 아버지에게 준 성적표가 조작된 성적표였다는 사실이다. 해당 입시업체도 처음엔 수능 성적표에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전과목 1등급인 A군이 정시 지원한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성적표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성적표 위조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하면 1~3만원 사이에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직인까지 똑같이 만들어진 백지(白紙) 수능 성적표를 구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점수를 써 넣으면 입시업계 관계자들도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힘들만큼 원본과 구분이 힘들다.

물론 위조된 수능 성적표를 대입에 직접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각 대학은 수험생들의 성적을 전자 시스템으로 모두 전달받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하는 이유는 A군의 사례와 같이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불안감, 혹은 높은 수능성적을 요구하는 이른바 ‘명문’ 재수학원 등록 등 다양하다.

지난해 한 강남의 입시학원은 언어 만점으로 위조한 수능 성적표를 제출한 재수생이 3명이나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단 재수한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의 실망이나 질책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수능 성적표를 조작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면서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수능성적표를 위조한다 해도 수능 성적표는 국가기관에서 발행하는 공문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처벌 받을 수 있다. 형법 제 225조(공문서 등의 위변조)에 따르면 공(公)문서를 위조·변조했을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수능 성적표를 판매하거나 백지 성적표를 받아 개인적으로 위조를 하는 것 모두 공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직접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만 하더라도 특정인이 조작 성적표를 봤다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 성적표 위조는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 사용 목적 등을 불문하고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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