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는 세상 향해 한발 한발… 9000명 ‘아름다운 동행’

편견없는 세상 향해 한발 한발… 9000명 ‘아름다운 동행’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9-10-06 21:06
수정 2019-10-0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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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주관 제5회 슈퍼블루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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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가 손목을 잡고 함께 달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이번 대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가 손목을 잡고 함께 달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선선해진 공기에 “달리기 딱 좋은 날씨”
엄마·아빠와 유모차 타고 온 2019년생도
장애 관계없이 달린 ‘슈퍼블루코스’ 5㎞
온 가족 손 마주 잡고, 휠체어 밀며 완주


가을 늦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5일 ‘제5회 슈퍼블루마라톤대회’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잔디광장에서 열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며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낮추자’는 취지로 서울신문이 주관하고 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롯데가 공동주최하는 대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9000명이 참가해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한마음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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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9 슈퍼블루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 신호에 맞춰 평화잔디 광장을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열린 2019 슈퍼블루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 신호에 맞춰 평화잔디 광장을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평화잔디광장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전날까지 최고기온이 28도에 육박하다 대회 당일 선선해진 날씨에 참가자들은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라고 입을 모았다. 마라톤 동호인들과 가족·친구와 함께 온 참가자들은 치어리더의 구호에 따라 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대회 상징 색인 하늘색 운동화 끈을 질끈 묶으며 마라톤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대회장 곳곳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을 위한 약속’이 눈길을 끌었다. 집결 장소로 안내하는 화살표와 조형물에는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 ▲장애는 앓는 것이 아닌 갖고 있는 것 ▲도움을 주기 전 장애인의 의사를 물어보기 ▲발달장애인에게 반말하지 않기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이라고 부르기 등 5가지 내용이 적혀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을 유도했다. 대회 선서에서도 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5가지 약속을 선창한 뒤 다른 참가자들이 따라 외쳤다.

가족 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최고령 참가자인 노은순(88·여)씨의 아들 허형범(66)씨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가족 4명이 함께 달렸다”면서 “장애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기 위해 매년 참가하는데 오늘도 분위기가 좋아 장애인들과 희망을 나누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연소 참가자로는 부모님과 함께 유모차를 타고 나온 2019년생 정하윤양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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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곳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달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대회 곳곳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가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달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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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참가한 어린이의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참가한 어린이의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슈퍼블루코스의 참가자 1190여명은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었다. 레이스 내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며 5㎞를 완주했다. 발달장애인 아들의 손을 잡고 참가한 노정선(38·여)씨는 “달리기를 통해 아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 처음 참가했다”면서 “날씨도 선선하고 분위기도 활기차서 달리기 좋았다”고 말했다. 25명이 단체 참가한 사회복지법인 ‘다하’의 전제순(50) 사회복지사는 “12세 발달장애 아동과 손수건으로 손을 연결해 같이 뛰었다”면서 “아이를 격려하며 함께 완주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체적 장애가 있는 참가자들은 보조기구를 활용해 완주의 목표를 이뤘다. 뇌병변장애로 다리 수술 후 네발 지팡이를 짚고 달린 이주언(14)군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마라톤 출전을 이루기 위해 2개월간 매일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며 준비했다. 이번 출전을 계기로 풀코스 도전도 하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이 참가한 것을 보니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군을 응원하기 위해 그가 재활 중인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의료진도 함께 달렸다.

외국인들도 취지에 공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콜롬비아 출신 다니엘라 구즈맨(27·여)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마라톤이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서 유학 중인 스리랑카 출신 아난(33)은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보려고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서 “달리고 나니 상쾌하고 뜻깊은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고흥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 나경원 명예회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과 홍보대사인 신기성 전 농구선수, 여홍철 전 체조선수, 김요한 전 배구선수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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