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 잊혀진 이름들 ‘여기’ 우리가 기억합니다

‘여성’이라 잊혀진 이름들 ‘여기’ 우리가 기억합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1-03-15 20:44
수정 2021-03-16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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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립운동가 알리기 나선 대학생들

각 위인 상징하는 명언·이미지 활용
배지 등 일상 속 오래 남은 물건 제작


“문헌 속 ‘비록 여성이었지만’ 표현 많아
독립운동에 성별 없다는 사실 알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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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현 의사를 상징하는 손 이미지의 배지 도안. ‘여기’ 팀 제공
남자현 의사를 상징하는 손 이미지의 배지 도안.
‘여기’ 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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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옥 지사를 각각 상징하는 비행기 이미지의 배지 도안. ‘여기’ 팀 제공
권기옥 지사를 각각 상징하는 비행기 이미지의 배지 도안.
‘여기’ 팀 제공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에 헌신해 정부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총 1만 6685명이지만 이 중 여성은 3.2%(526명)에 불과하다. 정말 그랬을까. 오랜 남성 중심의 역사를 고려하면 여성들은 독립운동에 이바지하고도 그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잊힌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대학생 5명이 뭉쳤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기록하려고 팀 이름은 ‘여기’(女記)로 지었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여기’ 팀은 현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이들이 남긴 명언을 활용해 배지와 스티커 등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은(22)씨는 15일 “소셜미디어, 지하철, 버스 광고도 생각했지만 광고는 게재 기간이 끝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질 수 있어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을 전공한 신혜선(23)씨가 팀에 합류했다. 신씨는 “학교에서의 여성 독립운동가 교육은 유관순(1902~1920) 열사를 위주로 짧게 가르치는 게 전부”라면서 “더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주목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 팀은 우선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1903~1988) 지사, 만주에서 조직된 무장 독립운동단체 ‘서로군정서’에서 활동하고 세 번의 단지 혈서를 쓴 남자현(1872~1933) 의사, 한국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1860~1935) 의사 등 상징성이 강한 인물들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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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5명이 프로젝트팀 ‘여기’(女記)를 만들어 역사 속에서 잊힌 여성 위인들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 팀원들이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여기’ 팀 제공
대학생 5명이 프로젝트팀 ‘여기’(女記)를 만들어 역사 속에서 잊힌 여성 위인들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 팀원들이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여기’ 팀 제공
임수아(23)씨는 “자료 조사 과정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와 관련한 문헌이 많이 부족해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에 무관심했다는 사실에 속상했고,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했던 점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여기’ 팀이 지난달 18일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목표한 후원 금액은 150만원이었으나 이날까지 약 240만원이 모였다. 이소원(24)씨는 “많은 후원금과 응원 메시지로 저희 프로젝트를 지지해 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기’ 팀은 배지, 스티커 등 판매 수익으로 역사 속에서 잊힌 여성 위인들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임채희(24)씨는 “자료 조사 과정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할 때 ‘비록 여성이었지만’과 같은 말이 문헌에서 많이 사용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독립운동 참여에 성별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질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03-1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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