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침몰선 사고 처리 두달 가까이 방치
전북 군산 어청도 해상에서 4천t급 화물선이 침몰한 모래채취선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다행히 신속한 구조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선원 18명이 탄 배가 침몰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5일 군산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4일 밤 11시 15분께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서쪽 15㎞ 해상에서 홍콩 선적 화물선 A호(4천433t)가 침몰해 있던 모래채취선 B호와 부딪혔다.
B호는 지난 1월 7일 침몰한 배로 사고 당시 선수 부위만 6m가량 물 위로 올라와 있던 상태였다.
18명의 선원은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는 화물선과 해경안전서 경비함에 의해 1시간여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그러나 배의 충격이 컸거나 인근에 화물선 등이 없었다면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경안전서는 밝혔다.
해경안전서는 B호가 침몰한 뒤 여러 차례 인양과 구난명령을 내렸지만 B호의 선사 측은 레이더 반사판을 선수 부위에 달아놓는 기본적인 조치만 한 채 사실상 두달 동안 추가적인 사고 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천과 부산을 오가는 주요 통로인 이 항로는 현재 통항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따라서 이 항로를 자주 지나는 국내 어선이나 선박들은 모래채취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A호처럼 외국 선적의 배들은 언제나 사고 위험에 노출된 상태인 셈이다.
실제 A호는 통항금지구역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인천항을 출발해 정남향으로 목적지인 부산을 향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해경안전서는 A호의 진행 방향이 B호가 침몰해 있는 항로로 향하자 315함을 통해 직접 관제에 나섰다.
A호의 삼등항해사는 해경안전서의 관제에 따라 배의 진로를 10도 수정했지만, 이후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선장이 다시 항로를 수정하면서 사고를 당했다.
현재 A호를 예인하기 위해서 예인선이 현장에 투입됐지만 선수 쪽으로 약 15도 기울어진 상태여서 예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해경안전서 관계자는 “여러 차례 B호 선사 측에 인양 및 구난 명령을 내렸지만 기상악화 등을 이유로 사고를 수습하고 있지 않다”며 “이 항로에 익숙지 않은 선박들은 언제든지 사고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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