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경찰서, 옛 동전 600만개 녹인 일당 8명 검거

10원짜리 동전 600만개를 녹여 2억여원 챙긴 현대판 ‘연금술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3일 최근 6개월간 구형 10원짜리 동전 24t을 융해해 2억여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공장 업주 이모(57)씨와 중간수집책 이모(53)씨 등 2명을 한국은행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동전 모집책 이모(41)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융해 공장 업주 이씨 등은 올해 5월부터 6개월여 동안 경기 양주 소재 주물공장에서 옛 10원짜리 주화 24t(600만개)을 녹여 비레트(구리65%, 아연35%)로 만들어 금속업체 등에 팔아 2억여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동전 수집책이 전국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10원짜리 옛 동전을 하루 20자루씩 수집해 신·구 혼합 동전을 분리하는 장비로 옛 동전만을 골라냈다. 이들은 1주일에 100자루씩 6개월간 2400자루의 동전을 중간 수집책에게 전달했다. 중간 수집책은 이 동전들을 융해기술자에게 공급하고, 기술자들은 동전을 녹여 비레트를 제작한 뒤 금속업체 등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7월 말쯤 경기 성남시 한 은행에서 10원권 신 동전을 입금하고, 인근 다른 은행에서 구 동전만을 모아 갔다는 은행 관계자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해 들통났다.

　경찰은 구 동전 수집자의 동선을 파악, 금융권을 돌며 지속적으로 동전을 수집하는 것을 파악하고 2개월간 미행 및 잠복 수사로 중간 동전 수집책 및 동전 융해 공장을 차례로 확인해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 수사결과 공장 업주 이씨 등 5명이 동종전과가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한 것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처벌이 약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법 제105조에 따르면 주화를 훼손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500만원 이하에 그친다.

　경찰은 시중에 구 10원짜리 동전이 많이 유통되고 있어 이와 같은 범행이 계속 발생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검거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은 다른 조직이 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옛 10원짜리 동전은 개당 4.06g으로 구리 65%와 아연 35%로 만들었다. 구리 값이 폭등해 이 동전을 녹이면 250~40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2006년 12월부터 10원짜리 동전을 구리 48%에 알루미늄 52%를 섞여 만들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