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경찰, 10명에게 2억여원 편취한 조선족 5명 구속
연합뉴스부산에 사는 직장인 A(28·여)씨는 지난달 7일 오후 3시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하며 “당신의 이름으로 대포 통장이 만들어져 물품 사기에 이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적금통장이 있는 지를 확인한 뒤 “범인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적금을 모두 빼갈 수 있으니 현금으로 모두 인출하고 내가 보내는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돈을 건네주면 안전하게 당신의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겁을 줬다.
이어 “은행 직원도 공범으로 연루돼 있으니 은행직원의 말도 믿지 말고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라”고 당부했다.
불안한 마음에 A씨는 5시간 가까이 통화하면서 이 남성이 시키는 대로 적금통장에 있던 5천만원을 모두 인출해 KTX를 타고 서울역에 간 뒤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정모(22)씨를 만났다.
A씨는 금감원 신분증을 목에 건 정씨가 명함과 금감원 문서까지 주고 눈앞에서 검사와 통화하자 의심하지 않았고 5천만 원을 그대로 정씨에게 건넸다.
그 뒤로 A씨는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 정씨 등과 연락할 수 없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6일 20대 중반∼30대 중반 여성을 표적으로 삼은 조선족 보이스피싱 일당 5명을 구속했다.
정씨 등은 무작위로 전화를 해 적금통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A씨에게 한 것과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 10명에게 총 2억4천298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모두 중국 국적의 조선족인 이들은 국내 총책 남모(31·여)씨를 비롯해 정씨와 같은 전달책 4명, 송금책 한모(39)씨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전달책 가운데 인모(18)군은 달아났다.
검사라고 속인 남성이 중국총책으로 이들을 조정했으나 이번 수사에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 총책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표적 여성의 이름과 만날 장소 등을 전달받았으며 금감원 신분증, 문서 등은 모두 위조했다.
피해 여성에게 건넨 명함에 지문이 남지 않도록 교육받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접선 장소에 경찰이 보이면 휴대전화로 촬영해 중국 총책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가로챈 돈은 모두 중국 총책에게 송금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달아난 인군을 수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결혼비용으로 쓰려고 고액의 적금통장을 만든 20대 중반∼30대 중반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개별적으로 만나 돈을 주고받지 않으니 이 같은 요구를 받으면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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