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꼬여버린 국정 역사교과서 누가 사과하고 책임지나요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꼬여버린 국정 역사교과서 누가 사과하고 책임지나요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7-02-16 23:02
수정 2017-02-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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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전국에 단 세 곳.’ 2015년 11월 교육부가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한 뒤 1년 3개월을 추진한 것치고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전국 중·고교의 20% 정도가 연구학교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러려고 국정교과서 만들었나’하는 자괴감에 빠져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동안 과정을 짚어보면 이번 일은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깜깜이 집필·수백건 오류 투성이

2015년 11월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할 때 당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교육부는 “논란에 휩싸여 집필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집필진과 집필기준을 감췄습니다.

1년여의 ‘깜깜이 집필’ 끝에 나온 교과서(현장검토본)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기존 검정교과서와 달리 오류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비롯해 수백건의 오류 지적을 받았습니다. 교육부는 “의견을 받아 모두 수정하겠다”더니, 올 1월 31일 나온 교과서(최종본)도 여전했습니다. 진보진영이 은 또다시 수백 건의 오류를 찾았습니다.

●연구학교 신청 3곳… 예견된 초라한 성적표

교육부는 올해부터 국정교과서를 쓰기로 했던 태도를 바꿔 ‘2018년 국·검정혼용’이란 편법을 내놨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표기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도 “검정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쓸 수 있다”고 무마시켰습니다.

계속되는 논란을 최소화하고 내년 검정교과서와 겨루기 위해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했습니다. 1년 동안 연구학교를 지정해 사용해보고 문제를 고쳐나가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수백 건의 오류와 이념 논쟁으로 점철된 교과서가 환영받을 리 없습니다. 급기야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자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대국민담화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감들이 신청을 막았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준식 부총리 “연구학교 외 무료 배포 예정”

2015년 11월 3일부터 1년 3개월 동안 이 사태를 바로잡을 기회는 충분했습니다. 여러 번의 경고등이 켜졌고, 교육부가 이를 직시하고 현명하게 대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이 부총리는 오는 20일 국정교과서를 연구학교가 아닌 곳에도 무료 배포하겠다 밝힐 예정입니다. 오류를 그대로 안고 있는 교과서를 무료 배포한들 선택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누군가가 사과하고, 누군가가 책임지고, 누군가는 바로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gjkim@seoul.co.kr
2017-0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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