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후 치료 받기까지 10년 걸린다”

“도박에 빠진 후 치료 받기까지 10년 걸린다”

입력 2014-10-22 00:00
수정 2014-10-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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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인터넷을 이용한 도박이 성행해 중독 단계의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도박에 빠진 사람이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을지대 강남을지병원(원장 조성남) 도박클리닉 최삼욱 교수는 2013년에 치료를 받기위해 이 도박클리닉을 찾은 110명의 도박중독 환자를 분석한 결과, 도박을 시작한 후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10년이나 걸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30대 이하의 젊은 환자가 전체 환자의 60%를 차지해 사회적 차원에서 치료 및 예방 시스템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환자의 연령대는 20대 27명(24.8%), 30대 39명(34.7%) 등 20~30대가 전체의 60% 가량을 차지했으며, 40대 (24명, 21.5%) 50대 이상(20명, 19%) 등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도박을 시작한 연령은 평균 28세였지만,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시기는 10년이나 늦은 평균 38세로 너무 늦다는 사실. 최삼욱 교수는 “이는 조기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치료 시작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게다가 도박중독의 심각성 수준을 보면 진단 기준(DSM-5) 9개 중에 평균 8개에 해당되어 거의 모든 환자들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서 클리닉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어린 나이에 인터넷 도박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도박 유형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 불법 도박이 24.8%로 가장 높았으며 스포츠 토토 22.9%, 카지노 20.9% 경마 4.7% 등의 순이었다.

 또 도박으로 손해 본 금액은 1억~5억 미만이 48.5%로 가장 많았고, 1000만원~1억 미만이 26.7% 였으나, 5억 이상의 손해를 본 사람도 23.8%나 돼 금전적 피해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도박 문제가 발생해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상태가 심각해져서야 치료를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최삼욱 교수는 “도박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과 도박중독자의 심리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점, 전문 클리닉과 지역사회의 도박 관련 시설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박과 관련,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가’와 ‘점점 더 많은 금액이나 시간을 베팅에 사용한 적이 있는가’라는 두 개의 조기선별 문항에 한가지라도 해당되면 도박 중독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련 기관이나 클리닉을 찾아 상담을 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도박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명확히 인식해 관련 부처에서는 이미 발생한 도박 문제를 조기에 선별하며 치료를 의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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