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청쿵대 연구…플라스틱 가소제가 뜨거운 음식 통해 체내 흡수
어릴 때 플라스틱 용기로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섭취하면 성(性) 조숙증이나 여성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대만 청쿵(成功)대의 리쥔장(李俊璋)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3년간 성 조숙 증세를 보이는 71명의 2∼8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소제 성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에 첨가해 고온에서 성형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유기물질로 다이옥틸프탈레이트(DOP), 다이옥틸아디페이트(DOA) 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조사대상자들은 별다른 질환은 없었으나 모두 가슴 발육이 이미 시작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진은 환경적 요인에서 공통의 연계고리를 찾았다.
성 조숙증을 유발하는 인자로는 유전자, 비만, 식습관, 스트레스, 성 접촉, 환경적 요인이 있는데 이중 환경적 요인은 주로 가소제와 환경호르몬과 관련돼 있다.
뜨거운 물질에 플라스틱을 노출시키면 섭취하는 음식에 녹아드는 가소제 양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리 교수는 “대부분의 소녀들이 차 음료나 뜨거운 두유를 플라스틱 컵에 거의 매일 마시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체내에서 발견된 가소제 대부분은 이들이 섭취한 음식을 통해 흡수된 것이었다. 플라스틱 컵, 그릇, 용기의 뜨거운 음식은 가소제 용해율을 2∼3배 더 높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가소제의 인체 흡수가 소년들에겐 여성화할 가능성을, 소녀들에겐 성 조숙증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특히 가소제의 영향은 어린 소녀들에게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과거 12∼13세였던 여성들의 초경 연령이 8∼9세로 빨라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조사 대상중에는 6세에 생리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리 교수는 아울러 방향제 향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대량으로 사용하는 첨가물질인 정착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착제는 가소제의 일종이다.
한 어린이는 온갖 종류의 아로마 향기로 가득 찬 방에서 부모와 함께 잠을 자고 생활하기도 했다.
리 교수는 “향기가 좋을수록 더 많은 가소제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며 향수, 샴푸, 크림 등의 정착제 성분이 모두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기코드를 둘러싼 플라스틱이 섭씨 38도부터 가소제를 내뿜을 수 있다며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플러그를 뽑아둘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공기 속에서 날리는 가소제가 먼지에 달라붙어 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영아들이 바닥을 기는 동안 가소제 먼지가 묻은 손가락을 빨면 가소제가 그대로 이들의 체내에 흡수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가소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항상 손을 씻는 것을 생활화하고 샴푸와 샤워젤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