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부분폐쇄로 환자 ‘발 동동’
“오늘이 폐 수술 경과를 보는 날인데 병원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진료를 못해 준다고 하니 참….”16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삼성서울병원이 부분폐쇄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이날 A(57)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받은 수술 및 진료 기록을 들고 이곳을 찾아왔다. 무더위 속 땀을 흘리며 찾아온 그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장기간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해 온 A씨는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에서 폐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일주일 전 정기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오는 16일만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며칠 전 병원 측은 그에게 부분폐쇄를 통보했다.
“나처럼 수술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환자에게 주치의 상담조차 없이 그냥 병원이 폐쇄된다는 말만 하는 거예요. 나 참, 얼마나 화가 나는지. 뭐라고 막 따졌더니 그제서야 주치의를 전화로 연결시켜 줬는데 진료를 당분간 못한다는 얘기만 하더라고요.”
결국 A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처음 대면하는 의사에게 자신의 검진 결과를 판독해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이후 기존 환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서울의 다른 대형 병원들을 찾아 다니는 상황이어서 불편은 물론 오진(誤診)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는 삼성서울병원의 외래환자들이 대거 찾아왔다. 환자들은 “여러 달 전부터 잡아놓은 진료를 못 받게 됐는데 삼성서울병원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질환을 앓아 온 B씨는 수술 예정일을 일주일 남짓 남겨 놓고 병원 폐쇄 통보를 받아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새로운 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하고 수술 날짜도 잡아야 한다. B씨의 아들은 “지방에서 올라와 지난 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 일정을 잡고 내려갔는데 갑자기 폐쇄 발표를 봤다”며 “삼성서울병원 측에서 연락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도 응급환자를 제외한 신규 외래환자를 받지 않았다. 16일 이 병원을 찾은 환자는 593명으로 전날(633명)보다 40명 감소했고 폐쇄 전 하루 평균인 8500명의 7%에도 못 미쳤다. 보통 때 하루 평균 150건에 달했던 수술은 16일 7건으로 줄었다. 입원 환자 수도 전체 1959병상의 38%수준인 747명으로 줄었다. 평상시 병상 가동률이 92% 정도임을 감안하면 부분폐쇄 조치 후 병원을 이탈한 환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안심병원 운영 첫날인 15일 각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환자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80여명, 서울성모병원 50여명, 강남세브란스병원 30여명, 경희대병원 60여명 등으로 집계됐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환자들 중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별도 분류된 사람은 없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06-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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