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번째 변호사 “법조계 불황요?… 일거리는 많아요”

2만번째 변호사 “법조계 불황요?… 일거리는 많아요”

입력 2014-10-03 00:00
수정 2014-10-03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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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등록 마친 새내기 박선영씨

“제가 법조계 ‘불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니 부담스럽네요.”

박선영씨
박선영씨
박선영(29)씨는 이른바 ‘2만 번째 변호사’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제3회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신청했다가 우연히 2만 번째 변호사가 됐다. 대한변협은 기념식까지 열어 대대적으로 알렸다. 신기하고 얼떨떨한 순간이었다. 주변에선 “변호사로서 일이 잘 풀릴 징조”라며 함께 기뻐했다. 그러나 많은 법조인이 이를 떨떠름하게 바라봤다. 로스쿨 변호사의 급증과 이에 따라 치열해진 수임 경쟁 등을 ‘2만 번째 변호사’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아직도 변호사가 할 일은 무수히 많다”며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일거리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권리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페 사장이나 인테리어 계약 사기를 당한 주부를 직접 만나 그들의 사건을 수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사법고시와 달리 로스쿨 출신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변호사들이 좀 더 재기 발랄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대학생 때부터 다양한 소규모 사업에 도전해 왔다. 지금도 수제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다. 대한변협 세월호 특별위원회에 소속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세월호 재판에 참석하는가 하면 내년 출판을 목표로 책도 쓰고 있다. 인터넷 매체에 글을 쓰기도 한다.

또 ‘여성 로펌’ 설립도 구상 중이다. 현재 동료 5명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내년쯤 사무실을 꾸리는 게 목표다. 박 변호사는 “능력이 출중하지만 출산과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쉬어야 했던 여성 변호사들이 매료될 수 있는 로펌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시도들이 변호사로서 품위가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존 틀에 갇혀 위축되고 싶지 않다”며 활짝 웃는 박 변호사.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10-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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