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은 8월 소년체전

말도 탈도 많은 8월 소년체전

입력 2010-08-14 00:00
수정 2010-08-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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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마지막 날로 접어든 가운데 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거세지고 있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다는 명목에 사상 처음으로 방학 기간인 8월 중에 대회가 열리면서 일각에서는 스포츠 경쟁이 아닌 불볕더위와의 전쟁이 될 것이란 우려를 일찍부터 제기했다.

 대만발 태풍이 밀려온다는 소식에 대회관계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막상 각종 경기가 펼쳐진 대전 시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땡볕 더위에 습한 기운마저 가득했다.

 8월 무더위를 고려해 실외 경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를 피해 진행됐음에도 한여름 뙤약볕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뜨겁게 달궈진 운동장 위에서 기록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육상 트랙 선수들에게는 고충이 더욱 심했다.

 육상 관계자는 “소년체전 육상 트랙에서 신기록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5월에 치러진 지난해 소년체전에선 육상 트랙에서 6개의 신기록이 쏟아졌었다.

 일부 종목 훈련장엔 아예 냉방시설이 고장 나 선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기도 했다.

 한밭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더위와도 싸우고 경쟁자와도 싸우느라 헉헉대는 아들을 보면서 운동을 시키는 엄마 입장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이번 대회 공식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8월 중 개최에 항의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학습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방학은 학생 선수에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시기라는 의견도 많다.

 방과 후 운동이 점차 자리 잡는 추세이지만 교실에 앉아있다가 바로 훈련에 몰두해야 하는 학생 선수들에게 방학이야말로 공부할 시간이라는 얘기이다.

 이번 대회 3관왕을 지도한 모 중학교 감독은 “방학 때엔 쉬어야 하는데 8월 대회를 앞두고 여름내 맹훈련 하다 보니 아이들이 쓰러질 지경이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편 대회가 펼쳐진 대전 시내 각종 경기장 주변 숙박업소들은 시가 2배를 훨씬 웃도는 ‘가격 짬짜미’ 추태로 선수단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내 모텔들이 내건 플래카드엔 숙박 2만 원이라고 버젓이 쓰여 있지만 막상 이들이 받는 숙박비는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7만 원이었다.

 종합운동장 일대 모텔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8월 휴가철은 원래 모텔들이 장사가 안 돼 가격 다운까지 하는 걸로 안다.대회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3배에 달하는 바가지 가격은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하키 대회가 열리는 충남여중 일대 선화동 모텔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입구 앞에 ‘2만원 숙박’이라고 써 붙여 놓았지만 막상 가격 흥정을 하면 5만원 밑으로는 안 된다는 대답만 나오기 일쑤였다.

 정작 숙박업소들 카운터 앞에는 시내 여행안내 팜플렛만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대전시는 단속 책임을 뒤로하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학습권을 보장한다며 8월에 연 2010 소년체전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로 기억될 듯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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