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모지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태극소녀!’
한국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면서 그동안 남녀 선배들이 한 번도 다가서지 못했던 FIFA 주관대회 정상에 우뚝섰다.
지난달 막을 내렸던 2010 U-20 FIFA 여자월드컵에서 ‘언니’들이 먼저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3위를 달성하자 이번에는 대표팀 ‘막내’들이 숙적 일본과 승부차기 끝에 전무후무한 우승을 차지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국내에 여자축구 선수로 등록된 1천450명(8월 기준) 가운데 고등부 선수로 등록된 345명의 선수가 고작인 한국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 그대로 ‘기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값진 결과다.
◇출발부터 다르다
U-20 여자 대표팀이 지난달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을 통해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역대 FIFA 주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면서 그동안 ‘여자축구는 재미없다’는 팬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꿨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이번에는 U-17 여자 대표팀이 ‘언니’들의 성과를 한 단계 뛰어넘어 결승 진출과 더불어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하는 역사를 일궈냈다.
U-20 여자월드컵에 나섰던 태극낭자들과 마찬가지로 U-17 여자월드컵에 나선 태극소녀들 역시 기존 선배들과 출발부터 다르다.
초창기 여자 축구 선배들이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시작했다면 이번 선수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로 운동에 입문,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다져진 ‘순수 축구인’들이다.
U-20 여자월드컵을 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 지소연(한양여대)은 이문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오주중과 동산정보산업고 축구부를 거치며 정확한 기본기와 기술을 익혀 골잡이로 성장했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든든한 재목으로 인정받은 여민지(함안대산고) 역시 창원 명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화를 신고 튼튼한 기본기와 뛰어난 결정력을 키우며 마침내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FIFA 주관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골든슈)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집중투자가 이뤄낸 결실
한국 여자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 호주에 밀리면서 역대 여자 월드컵에 단 한 차례(2003년 미국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U-20 여자월드컵 역시 2004년 대회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출전이었다.
U-17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언니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고, 내친김에 U-17 여자월드컵까지 제패하면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서둘러 시작되다보니 충분한 사전 준비가 없어 성적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명맥만 유지했던 여자축구가 발전기에 접어든 것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붐 조성 차원에서 유치했던 토토컵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던 2001년부터다.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기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달성과 더불어 여자대표팀이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처음 출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계기로 여자 축구에도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하며 전임강사를 투입해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최인철 감독과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태극소녀들을 우승으로 이끈 최덕주 감독도 이때부터 ‘소녀 유망주’들을 길러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도 우울한 현실
8월말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팀, 중학교 17개 팀, 고등학교 16개 팀, 대학교 6개 팀,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모두 65개 팀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유일하게 패배를 맛봤던 독일은 등록 선수가 105만 명을 넘고 성인팀만 5천개를 넘는 현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게다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여자축구의 풀뿌리인 초등학교 팀이 4개나 사라졌다. 초등학교 축구팀의 해체는 결국 중.고등학교 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이 절실하다.
이제 소수 엘리트 선수들의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로 승부를 내는 시대를 벗어나 왕성한 클럽 축구 시스템의 정착을 통해 축구 유망주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연합뉴스
한국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면서 그동안 남녀 선배들이 한 번도 다가서지 못했던 FIFA 주관대회 정상에 우뚝섰다.
지난달 막을 내렸던 2010 U-20 FIFA 여자월드컵에서 ‘언니’들이 먼저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3위를 달성하자 이번에는 대표팀 ‘막내’들이 숙적 일본과 승부차기 끝에 전무후무한 우승을 차지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했다.
국내에 여자축구 선수로 등록된 1천450명(8월 기준) 가운데 고등부 선수로 등록된 345명의 선수가 고작인 한국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 그대로 ‘기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값진 결과다.
◇출발부터 다르다
U-20 여자 대표팀이 지난달 2010 FIFA U-20 여자월드컵을 통해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역대 FIFA 주관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3위에 오르면서 그동안 ‘여자축구는 재미없다’는 팬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꿨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이번에는 U-17 여자 대표팀이 ‘언니’들의 성과를 한 단계 뛰어넘어 결승 진출과 더불어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하는 역사를 일궈냈다.
U-20 여자월드컵에 나섰던 태극낭자들과 마찬가지로 U-17 여자월드컵에 나선 태극소녀들 역시 기존 선배들과 출발부터 다르다.
초창기 여자 축구 선배들이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시작했다면 이번 선수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로 운동에 입문,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다져진 ‘순수 축구인’들이다.
U-20 여자월드컵을 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 지소연(한양여대)은 이문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오주중과 동산정보산업고 축구부를 거치며 정확한 기본기와 기술을 익혀 골잡이로 성장했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든든한 재목으로 인정받은 여민지(함안대산고) 역시 창원 명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화를 신고 튼튼한 기본기와 뛰어난 결정력을 키우며 마침내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FIFA 주관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골든슈)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집중투자가 이뤄낸 결실
한국 여자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 호주에 밀리면서 역대 여자 월드컵에 단 한 차례(2003년 미국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U-20 여자월드컵 역시 2004년 대회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출전이었다.
U-17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언니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고, 내친김에 U-17 여자월드컵까지 제패하면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서둘러 시작되다보니 충분한 사전 준비가 없어 성적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명맥만 유지했던 여자축구가 발전기에 접어든 것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붐 조성 차원에서 유치했던 토토컵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던 2001년부터다.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기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달성과 더불어 여자대표팀이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처음 출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계기로 여자 축구에도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하며 전임강사를 투입해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끈 최인철 감독과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서 태극소녀들을 우승으로 이끈 최덕주 감독도 이때부터 ‘소녀 유망주’들을 길러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도 우울한 현실
8월말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실업팀 7개를 비롯해 초등학교 18개 팀, 중학교 17개 팀, 고등학교 16개 팀, 대학교 6개 팀, 유소년 클럽 1개 팀 등 모두 65개 팀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유일하게 패배를 맛봤던 독일은 등록 선수가 105만 명을 넘고 성인팀만 5천개를 넘는 현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게다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여자축구의 풀뿌리인 초등학교 팀이 4개나 사라졌다. 초등학교 축구팀의 해체는 결국 중.고등학교 팀의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이 절실하다.
이제 소수 엘리트 선수들의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로 승부를 내는 시대를 벗어나 왕성한 클럽 축구 시스템의 정착을 통해 축구 유망주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