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김연경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가 한 곳에서 만났다. 그랑프리 세계대회에 참가한 대표팀의 김연경(23·페네르바체)과 장영은(18·경남여고) 얘기다. 예선 2주차 경기를 위해 온 폴란드 지엘로나구라의 호텔방에서 둘을 만났다. 엠티 온 여대생처럼 킥킥대며 수다를 떨다가도 배구 얘기가 나오니 금세 눈빛이 달라졌다. 김연경과 장영은이 털어놓는 대표팀 생활 뒷얘기와 각자의 마음속에 품은 것을 풀어놓는다.
●“태극기 달고 뛰면 더 어려워”
김연경(왼쪽·이하 김) 영은아, 처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와 보니까 어때? 난 언제나 대표팀이 더 힘들어. 태극기를 달고 뛰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장영은(오른쪽·이하 장) 대표팀 합류는 신문을 보고 알았어요. 운이 좋았죠. 언니들이 부상 등으로 못 들어오게 되면서 제가 된 거잖아요. 민폐만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김 너 보니까 옛날 생각나더라. 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던데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4년에 난 안 그랬어. 대표팀을 정말 우러러봤거든. 국가대표가 되자마자 시합도 뛰었는데, 그땐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보다 그때 당시 내가 더 잘한 거 알지? 으하하.
장 그럼요. 여기서 언니랑 같이 뛰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언니를 실물로 처음 본 게 2008년이었는데 ‘잘하고 키도 크고 멋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김 넌 이제 시작이지. 지난 6일 한·일전 때 기억나? 네가 교체멤버로 들어왔는데 어벙하게 있기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쪽 선수한테 공 갈 거니까 블로킹 따라가라.’고 소리친 거. 너무 강하게 말한 것 같아 시합 끝나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니까 ‘긴장해서 언니가 무슨 말 하는지 못 들었다.’고 했잖아. 한·일전은 그냥 시합이랑 달라. 나 같은 경우엔 2년 동안 일본에서 뛰었으니 건너편 선수들이 다 친구잖아. ‘연경 너랑 싸우고 싶지 않다.’고들 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렇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됐고, 우리가 이길 거야!’라고 했어. 홈경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져서 정말 분했지.
장 하필 제 고향 부산에서 하는 바람에…. 그렇게 긴장한 시합은 처음이었어요. 전 코트에 들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서브 넣은 것만 해도 영광이었죠.
●“멀티플레이어 돼야 해외진출 가능”
김 그래도 넌 가능성이 충분해. 파워가 좋더라. 몸도 배구선수 하기에 딱 좋고. 기본기만 다지면 좋은 선수가 될 거야. 세계적인 추세가 기본기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 근데 네가 생각하는 내 장점은 뭐냐?
장 개그본능? 큭큭. 팀 분위기를 확실히 살려주잖아요. 거기에 서브리시브도 되고 공격도 잘하고.
김 얼굴 예쁜 것도 넣어라.
장 어, 얼굴도 예쁜 것 같아요.
김 하아~ 난 모든 게 너무 완벽해. 그나저나, 너도 해외 진출에 관심 있니?
장 그럼요. 언니처럼 되는 게 꿈이라니까요.
김 그런 후배 없는 줄 알았는데 있네? 이미지 관리 좀 해야겠군. 해외 진출하려면 운동뿐만이 아니고 공부도 많이 해야 돼. 영어도 중요하고. 아시아 선수가 공격만으로 해외 진출하기는 쉽지 않거든. 리시브에 블로킹 서브까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해. 나도 일본에서 배구 공부 죽어라 했어. 혼자 생활하다 보니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했고. 요새 말수도 좀 줄었잖아. 이제 터키에서 잘해야지.
장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랑 내년 런던 올림픽도 기대돼요.
김 나도 그래. 올림픽은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더 떨려. 중요한 건 우리팀의 마음가짐인 것 같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겠지. 팬들이 응원해주시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글 사진 지엘로나구라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8-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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