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빙속 이강석 “외롭다…평창서 멋지게 은퇴하고파”

[동계체전] 빙속 이강석 “외롭다…평창서 멋지게 은퇴하고파”

입력 2015-02-26 16:32
수정 2015-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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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은퇴 후 최고 선참…”골반 통증 참고 버티는 중”

어느덧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의 베테랑이 된 이강석(30·의정부시청)이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무게감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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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질주
이강석 질주 이강석이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6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 1,000m에서 힘차게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석은 2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6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 1,000m에 출전, 1분12초31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전날 열린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강석은 1,000m는 500m를 더 잘 달리기 위한 훈련이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을 괴롭혀온 부상과 통증에 대해 털어놨다.

이강석은 “소치 동계올림픽 직전 시즌부터 스케이팅 자세를 취하면서 허리를 숙일 때 골반 뼈가 눌려서 계속 아팠다”며 “재활과 치료를 많이 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고 최근 들어 대회 출전 자체가 많지 않았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캐나다 대표팀 주치의한테도 가봤는데, 스케이팅 자세에서 비롯된 문제기 때문에 스케이트를 안 타면 낫는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강석은 한때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이규혁(37·은퇴)과 쌍벽을 이뤘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 동메달, 2007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500m 금메달, 종별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인 최초 남자 500m 금메달 등 이강석은 그야말로 정상에 있었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부침이 시작됐다. 0초03 차이로 4위로 밀려나 입상에 실패했고, 절치부심하고 나섰던 지난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2위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후배 모태범(26·대한항공)은 밴쿠버 대회 남자 500m에서 일약 정상에 오르며 모든 영광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이규혁-이강석’으로 압축되던 남자 단거리 양자 구도가 ‘이강석-모태범’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모태범의 단독 집권 체제가 수립된 것이다.

이강석은 “밴쿠버 올림픽 이전에는 ‘이규혁-이강석’ 이야기가 지겹도록 매스컴에 등장했다”며 “규혁이 형 은퇴 후로는 태범이와 국내시합에서 항상 같이 탔고, 또 제가 은퇴하면 태범이 옆에 어떤 후배가 올라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계절이 순환하듯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빼어난 후배는 자신을 채찍질하는 경쟁 대상이자, 격려해줘야 할 훌륭한 동료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차 이번 동계체전에 불참한 모태범에게 ‘혼자 외롭겠지만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는 이강석이다.

이강석은 짧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유독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규혁의 은퇴 이후 엘리트 선수 중에서는 최고 선참 위치에 다다른 이강석이니 그럴 법도 했다.

이강석은 “지금 스케이트장에 가보면 제 또래는 물론이고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코치 생활을 한다”며 “나도 늙었구나 싶고, 외롭기도 하다. 예전에 규혁이 형이 서른 넘어서 운동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같이 했던 선수들은 다 은퇴하고 나니까 외롭고, 혼자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재차 되뇐 그는 그러나 아직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강석은 “마지막 제 목표, 소원, 꿈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은퇴 경기 삼아 정말 대대로 길이 남을 정도의 성적을 내고 멋있게 은퇴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은 이미 금메달이 있으니 올림픽 금메달만 따면 그랜드슬램이고, 모든 것이 끝난다”며 “주변에서 ‘은퇴 안 하느냐’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그런 시각을 다 이기고 뒤엎을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잘나가던 시절엔 많은 기자가 찾아와서 매일같이 밥을 먹곤 했지만 요즘은 어쩌다 마주쳐도 인사만 하고 지나는 경우가 많더라는 이강석은 “역시 선수는 운동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시 기자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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